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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pr 19. 2016

「넉넉함」을 바르는 미장이, 하사도 슈헤이(4)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미장이 장인 하사도 슈헤이(挟土秀平)를 인터뷰한 글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하사도 슈헤이는 1983년 젊은 장인 기능 올림픽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였으며 벽에 풍경을 담아낸다는 발상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미장이이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하사도 슈헤이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챔피언이라는 프라이드도 버리고

혼자서

과 마주하고 있었던 하사도의 고독은 

가끔 찾아오는 코바야시의 존재로 인해 지탱되고 있었다.



하지만 의 세계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하사도의 고뇌는 오히려 깊어가고만 있었다.


귀에서 나는 소리는 날로 심해졌으며

결국 소리가 잘 안 들리게 되었고


낮에 보는 풍경에 색이 사라져 

어느새 흑백 톤으로 비쳤다.



그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제야 2대 째라는 쇠사슬을 잘라낼 결심이 섰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한 달 정도 자리에 누워 버렸죠....
하지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죽은 거와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해버릴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서른아홉이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고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죠."


퇴직금으로 땅을 사고,

슈헤이 조(秀平組)를 세웠다.

5명의 장인들이 따라와 주었다.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꿈은 있었지만 

전기도 물도 없어서 


발전기를 돌렸고

잠바의 깃을 세우고 


견적을 뽑았다.


자유는 손에 넣었지만

겨우 손에 넣은 자유를 살릴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하사도에게 주문이 하나 들어왔다.


하사도의 고독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코바야시가 

20년간 『미장이 교실』에 연재하고 있었던 글들을 묶어 『미장이 예찬』이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한 유지가가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의뢰한 것이었다.


"야쓰가타케 산(八ヶ岳)에 코바야시가 기뻐할 만한 야채 수납창고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어요. 돈은 없었지만 자유는 있었잖아요.코바야시가 쓴 말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생각했어요.

원래 있던 풍경을 소중하게...,
무상할 정도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지만 언젠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좋다......
여봐란듯이 자기주장하는 것은 강제적이며 고압적이라 꼴 사납다......."

완성된 것은 

살아있는 상수리나무를 기둥으로 세워 

물과 흙과 볏짚과 판자 조각으로 만든 솔방울 같은 야채 창고였다.


나무는 살아 있으니 형태는 변화될 것이다.


잎은 지붕이 되었고

물과 흙과 볏짚은 언젠가는 썩어 대지로 돌아갈 테니


그곳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의 풍경으로 복귀될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라는 책에 소개되었고

쿠스미(久住)*는 "슈헤이는 엄청난 녀석이다"라고 했고

쿠스미 아키라(久住章):하라다의 스승으로 일본 미장이 업계를 바꾼 "카리스마 미장이" 로 불린다.


당시의 코바야시는

"이것에 이름을 붙일 수가 없다. 바람이기도 소리이기도 하다..."고 쓰고 있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장소에도 발버둥 치고 있었던 하사도의 14년간,


한밤중에 몰래 키우고 있었던 마음들을 토해낸 작품들은

실로 하사도 그 자체이다.

그런 하사도의 재능을 평가해 일을 주문한 것은 동경의 승려였다.

"동경 사람한테는 정말 고마워요.
그냥 내가 하는 일들을 보고 연도 얽힘도 없는 곳에서 기회를 주니까요.

어떤 공간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 모든 것들을 상상합니다.
상대가 기뻐해 주는 스토리를 열심히 생각해 노트에 적어요, 전 아티스트가 아니니까.

상대방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장인입니다.

뭔가 말로 미장이를 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다양한 말속에서 이미지가 확 떠오르니까요. 하지만 최근에 미장이라는 직함 같은 건 어찌 되든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자유로울 수 있으니......"

하사도가 좋아한다고 하는 미야자와 켄지(宮沢賢治)의 『봄과 아수라(春と修羅)』*.


침을 뱉고 이를 갈며 외치는 하사도의 아수라는 

차가운 겨울 속에 살며 

격하게 봄의 따스함과 자유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하사도의 벽에 힘을 부어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스토브 위의 주전자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소리만이 들리는 공방에서 

마지막 말의 어미가 사라졌다. 잠시 후 


"편해지고 싶지만, 아직 제 안에 뭔가가 있어요."

라고 속삭이던 하사도의 눈이 훅 하고 허공에서 헤엄쳤다. 

자기 자신 속에 응어리진 속박이나 증오,

후회라는 차가운 덩어리가 완전히 소멸해 버리는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때문일까.

 

그 시선의 끝을 쫓아가 봤지만 

담배 연기와 섞여 사라져 버렸다.





*미야자와 켄지(宮沢賢治)의 『봄과 아수라(春と修羅)』:일본의 동화작가이자 시인, 농촌 계몽가, 교육자였던 미야자와 켄지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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