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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pr 20. 2016

마음을 읽는 제과제빵 (1)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파티시에 이나무라 쇼우조(稲村省三)를 인터뷰한 글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이나무라 쇼우조는 도쿄 힐튼호텔에서 일하다가 1979년에 유럽으로 건너가 스위스, 프랑스의 유명 과자점에서 일하면서 제과제빵 학교를 다녔다. 귀국 후 호텔 세이요 긴자의 케이크 부문 톱으로 취임. 2000년에는 【파티시에 이나무라 쇼우조】,2008년에 【쇼코라티에 이나무라 쇼우조】를 오픈한 유명한 파티시에이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이나무라 쇼우조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우에노 공원의 관영사(寛永寺) 앞을 지나

우에노 사쿠라기 니쵸메(上野桜木2丁目) 신호를 돌아가면 야나카 묘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벚꽃나무가 양쪽에서 축 늘어진 길의 건너편에는 소토바*(卒塔婆:죽은 사람의 추선을 위해 경문 구절을 적어 묘지에 세운 판자)가 보이는데


빠져나갈 수 없는 길이라 그런지

들어오는 차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적은 조용한 주택가에


팟- 하고 빛나는 등불처럼 17평 남짓의 그림 같은 케이크 가게.


바로 2008년에 탁월한 솜씨를 평가하는 [현대의 명장]으로 뽑힌 이나무라 쇼우조의 가게 【파티시에 이나무라 쇼우조】이다.

평일인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가게의 입구에는

도어맨이 서 있었다.


차로 오는 사람들을 안내하거나

기다리는 손님들을 가게 안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도어맨이 있는 케이크 가게라니!


그런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바로 이나무라가 입을 열었다.


"주택가라서 손님들로부터도 근처 사람들로부터도 항의가 있었어요.
사죄하면서 케이크를 만들었었죠......

제조 견습생들이 하루에 두 시간씩 도어맨이 되고 있습니다. 주방에 있으면 손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가게 앞에서 손님들과 접하는 걸로 한 개 한 개 케이크를 사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부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차가운 레몬 물도 준비되어 있었다.


세심한 배려가

기다리는 시간을 부드럽게 감싼다.


이나무라의 섬세한 인품의 일면을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프랑스에서 수련을 했고

본고장 콩쿠르에서 입상.


실적을 쌓아 귀국후에는 긴자의 호텔 [세이요 긴자]에서


14년 동안이나 케이크 부분을 이끌어온 이나무라가 이곳에 가게를 낸 것은 2000년.


유명한 파티시에의 가게라고 하면 아오야마나 시부야,오모테산도 근처에 몰려 있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동네. 상점가도 아닌 우에노의 산 외곽에 낸 가게 때문에 같은 업계 사람들은 절대로 실패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유통도 정보도 이만큼 빨라졌으니
장소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맛있는 걸 만들기만 하면 사람들은 분명히 찾아와 줄테니까요.

동네 사람들은 사실 물건의 본질을 뚫어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도 유명한 가게들은 동경의 서쪽에만 집중해 있죠.

등을 밀어 준 건, 손님과 나의
지금까지의 경험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픈하고 세 달 동안

가게 앞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연일 파리만 날리는 쓸쓸한 가게 앞에서

종업원들과

"아무도 안 오네요.""3년 후에는 우르르 몰려 들거야."라며 기분을 달래는 나날.



그 때였다.

[출몰!맛거리 천국(出没!アド街ック天国)]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에노를 소개하게 되었는데


한 여성 디렉터가

나무에 파묻혀 있는듯한 이나무라의 가게를 발견했고


그 확실한 맛에 감동해 주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가게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파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부른다.


문을 연지 4개월 만에 인기가 생긴 것은 물론 텔레비전의 힘이겠지만

이후 10년 이상 긴 줄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틀림없이 이나무라 쇼우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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