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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y 09. 2016

아나운서에서 승려로(1)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유우키 시몬(結城思聞)은 후지 TV의 간판 아나운서였다. 본명은 마츠쿠라 에츠로(松倉悦郎). 순풍에 돛단배를 탄 듯한 길을 걷고 있었던 그는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승려가 된다. 그때 그의 나이는 56세. 이 글은 그런 그를 인터뷰한 것으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유우키 시몬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히메지 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시내의 외곽 한적한 주택지에서도 조금 떨어진 정토진종(浄土真宗)후도야마 젠쿄지(不動山善教寺).1506년에 터를 개척했다고 하니 5백 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고찰인 셈이다.


이 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새장 같은 건물이다. 그런데


새장에는 새가 아니라 오전 7시와 오후 6시가 되면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이 들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장 종각(鐘)"이라고 부른단다.


사각형의 현대적인 외관의 본당에는

다다미 위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연꽃을 손에 든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과 합장하는 관세음보살(観世音菩薩)이 그려진 스탠드 글라스에서 새어나오는 따뜻한 빛은 중앙에 있는 아미타불을 감싼다.

본당 또한 참신하다.


이곳의 제19대 승려 유우키 시몬

쉰여섯이 될 때까지 후지 TV의 아나운서로 활약한 마츠쿠라 에츠로우이다.


젊은 나이에 후지 TV의 간판 프로그램 [오가와 히로시 쇼(小川宏ショー)]와 [3시의 당신(3時のあなた)]의 사회자로 발탁되었고


그 후에는 희망하고 있었던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서울 올림픽 대표 중계역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냉정하며 침착한 날카로운 말들로 경기의 순간순간을 중계했던 솜씨는 전문가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그러한 그가 이 절에 벌써 10년째 몸을 담고 있다. 주지(住職)가 된 지는 6년째이다.



"퇴직까지 4년 정도 남아 있었지만  쉰여섯 살이 되고 일주일 만에 이쪽으로 왔습니다...
40대 후반까지는 정말 순조로운 인생이었죠...... 설마 그때부터 그렇게 많은 시련들이 찾아올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순풍에 돛단배를 타고 있는 듯한

인생의 첫걸음은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게 된 중2 때부터 시작되었다.


메이지 진구 구장에서 열리는 6개 대학* 야구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을 접고

중계 아나운서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장래 설계도에 바꿔 넣었다. 그리고 그 설계도대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와세다(早稲田)・게이오 기쥬쿠(慶應義塾)・메이지(明治)・호세(法政)・도쿄(東京)・릿쿄(立教)대학


"와세다 중학교의 좁은 교정에서 진구 구장에 출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념했어요. 그리고 진구 구장에 가는 또 다른 방법인 중계를 생각해냈죠. 그래서 바로 방송부에 들어갔고 와세다 대학에서는 방송 연구회에서 스포츠 아나운서를 목표로 했습니다."


와세다 대학교의 입학식에서 마츠쿠라는 가쿠란*에 높은 나막신을 신은 동급생과 알게 되었다.


가쿠란(学ラン)짧은 스탠드칼라의 남학생복. 특히 상의의 길이가 길고 바지가 헐렁한 것


그도 아나운서 지망으로 이후 마츠쿠라의 평생지기가 되는

 이츠미 마사타카(逸見政孝)이다.


보도 지망의 이츠미와

스포츠 아나운서 지망의 마츠쿠라


엄청난 경쟁률의 입사 시험을 통과하고

둘 다 후지 TV에 입사,

아나운서부에서 그 후 20년간 그 자리를 나란히 하였다.


마츠쿠라가 입사할 당시 후지 TV의 정년은 55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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