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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y 12. 2016

아나운서에서 승려로(2)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유우키 시몬(結城思聞)은 후지 TV의 간판 아나운서였다. 본명은 마츠쿠라 에츠로(松倉悦郎). 순풍에 돛단배를 탄 듯한 길을 걷고 있었던 그는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승려가 된다. 그때 그의 나이는 56세. 이 글은 그런 그를 인터뷰한 것으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유우키 시몬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목표로 하고 있었던 마츠쿠라의 인생 설계도는

정년퇴직하는 55세까지 구체적이며 치밀하게 그려졌다.


그 후, 회사의 정년퇴직은 60세로 바뀌었지만

마츠쿠라의 인생에도 입사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아내가 되는 유우키 료코(結城亮子, 제18대 주지)와의 만남이었다.


그녀의 집이 현재 마츠쿠라가 주지로 몸담고 있는 바로 이곳 젠쿄지.



아들이 없어

막내였던 그녀가 절을 잇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의 결혼은

언젠가 이 절의 주지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마츠쿠라는 알고 있었다.


"제 어머니의 친정이 진언종(真言宗, 불교의 한 파)의 절이에요. 그 절에서 태어났고, 또 얼마 동안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진언종과 정토 신종이라는 차이는 있어도 절은 친숙한 셈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만약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승려가 되진 않았을 거예요."


마흔둘에 결혼했고

성도 유우키로 바뀌었다.



쉰다섯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였던 인생의 설계도에

제2의 인생으로서 "히메지에서 승려가 되겠다"라는 항목이 덧붙여졌다.


이로써 설계도 자체가 더욱 완벽해졌지만,

절을 잇겠다는 것은 아주 먼 일이었다.


아나운서로서 마츠쿠라

와이드 쇼의 사회자로 경험을 쌓았고

희망했던 대로 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실력 또한 쌓아가고 있었다.

요즘의 소리만 질러대는 스포츠 중계와는 달리,


아주 섬세하게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마츠쿠라의 중계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마루야 사이이치(丸谷才一)*는 한 대담에서 "말의 감각이 섬세한 사람"이라고 평했고


신문 칼럼에서도


"말의 감각이 섬세하며 게다가 시청자를 내버려두는 일이 없다. 사전 준비도 철저하다. 소박하지만 경기마다 야구의 다양한 즐거움을 끌어내는 자상함이 미울 정도다"고 극찬한 바 있다.


*마루야 사이이치(丸谷才一):일본의 소설가, 문예평론가, 번역가. 일본 문학의 거장이다.



남보다 갑절로 노력한 것도 있지만

노력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는

그야말로 순조로운 시간을 걷고 있었던 마츠쿠라


40대 후반을 앞두고

골인 지점인 55세까지의 목표를 더욱 구체화했고 그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50세부터 55세까지.


이 5년 동안

아나운서 인생을 마감하기 위한 집대성으로

어나운스먼트(Announcement)를 실황 중에 실현하는 것.


또 하나는 그 이후의 자신을 위해

승려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통신 교육 공부를 시작하는 것.


라스트 스퍼트(last spurt)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의지가 불타고 있었던 마츠쿠라


예상도 하지 못한,

손 쓸도 없는 사건이 덮친 것은 1993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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