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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y 13. 2016

아나운서에서 승려로(3)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유우키 시몬(結城思聞)은 후지 TV의 간판 아나운서였다. 본명은 마츠쿠라 에츠로(松倉悦郎). 순풍에 돛단배를 탄 듯한 길을 걷고 있었던 그는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승려가 된다. 그때 그의 나이는 56세. 이 글은 그런 그를 인터뷰한 것으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유우키 시몬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평생지기로 줄곧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

이츠미 마사타카가 병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이츠미는 후지 TV를 그만두고 프리 아나운서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힘을 한 번 시험해보고 싶다는 이츠미에게 너라면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나 또한 등을 밀었고 그 말대로 히트를 쳤습니다. 그즈음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이츠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만 너무 바빠서 약속도 못했어요. 그러는 사이 이츠미가 암이라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그때 세이부 구장에 있었는데 이츠미의 기자회견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때는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그 날 집에 전화를 했더니 이츠미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해보겠다고.... 그래서 전 힘내라는 말 절대 안 하기로 했습니다."


큰 수술을 견뎌냈고

이제 막 희망의 빛이 보였다고 생각한 순간 병은 재발했다.

그리고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이 모든 것이 겨우 4개월 만에 일어났다.

아직 듬뿍 남아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던 친구와의 시간이

그렇게 돌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음에 큰 구멍이 생긴 듯했습니다. 그와는 오랜 세월 만나 오면서 한 번도 기분 상했던 적이 없었어요. 세세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남자였습니다. 마지막 순간 그의 가족과 함께 지켜봤습니다만 그는 두 번 정도 안간 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못 다한 일 때문에 저러는구나 싶어 너무 가여워서......"


이야기를 하는 마츠쿠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열여덟에 만나 30년 이상을 함께한 친구.


그 친구를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흔여덟밖에 안 된 친구의 죽음 앞에서  

生死一如*

老少不定*

이라는 말들이 의미심장했다.

불교에 대한 공부를 막 시작한 즈음이었다.



*생사일여(生死一如):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님을 나타내는 불교의 생사관(生死觀)

*노소부정(老少不定):반드시 노인은 먼저 죽고, 젊은이는 오래 산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뜻



사는 것과 죽는 것은 표리일체이며

나이 든 자부터 순서대로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생명이 있는 자는 살아있는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렇게 친구의 죽음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던 마츠쿠라

마흔아홉의 생일날 아나운서 실장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1995년 1월 24일입니다. 잊을 수도 없죠. 지금 하는 일을 젊은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겠냐고, 젊은 사람들을 키우는 쪽으로 옮겨 줬으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실황 중계를 그만 두라는 거였죠. 눈 앞이 깜깜해진다고 할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고 할까...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나운서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막 달려 나가려는데 뒷덜미를 잡힌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밤부터 잠이 안 왔죠. 그러는 사이 손이 저려 연필도 못 잡게 되었어요. 정신과에 다녔고 약을 먹으며 출근했습니다.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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