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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y 24. 2016

다이코모치(太鼓持ち)라는 삶(1)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일본 안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다이코모치(太鼓持ち), 사쿠라가와 요네시치(櫻川米七)를 인터뷰한 것으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다이코모치란 연회석에 나가 자리를 흥겹게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호칸(幇間)이라고도 한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사쿠라가와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일요일의 아사쿠사(浅草).


카미나리몬(雷門)에서 센소지(浅草寺)로 이어지는 나카미세(仲見世) 상점가는 

한적한 평일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보였다. 


바로 정면에 있는 관음당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코토토이 길(言問通り)에서 좁은 야나기 길(柳通り)로 들어가면 그곳은 아사쿠사 겐반*(見番,게이샤들이 있는 가게들의 안내소 같은 곳)이다.


관음당의 뒤쪽에 있다고 해서 그곳 사람들에게는 "관음 뒤편(観音うら)"이라고 불린단다.


게이샤들의 이름이 적힌 초롱들이 쭉 달려져 있어서 

이곳이 연회 업계의 종합 사무소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2층의 넓은 객실로 들어서니,

그곳은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는 120여 명의 손님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이 날은 아사쿠사 건반에서 주최한 "호칸 대역습"이라는 이벤트가 있는 날.


호칸이 대역습?

호칸과 대역습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는 물과 기름같이 섞일 수 없는 것이 있어 

대체 무슨 이벤트인지 호기심을 부추겼다.


맥주와 일본술을 주문할 수 있는데

주문하면 게이샤가 직접 가져다준단다.



사쿠가라와 요네시치는 

객실과 -분장실로 사용하고 있는- 

대기실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끝나면 드디어 대역습의 개막!


현재 일본 전국의 호칸은 아사쿠사에 있는 4명이 전부이다.


오늘은 그 네 명이 다 모인 데다가

견습생 두 명도 참가한 날로

<캇포레*>나 <후카가와>의 경쾌한 춤, 코우타*, 도도 이츠*부리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캇포레(かっぽれ):속요(俗謠)에 맞추어 추는 익살스러운 춤

*코우타(小唄): 江戸 시대 말기에 유행한 俗曲의 총칭

*도도이츠(都々逸):정형화된 7.7.7.5조의 음률. 에도 말기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요세에서 펼치는 각종 예능으로써 술자리에는 절대 빠지지 않았던 인기 속요.


열여덟의 딸과 여든여덟의 노파를 손수건 한 장으로 바꿔 연기하는 "제발 들어줘요(どうぞ叶えて)"를 요네시치가 익살스럽게 연기하자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연회석이긴 하지만, 유흥가의 술자리와는 질이 다르다.


호칸의 연기를

진지하게 즐기는 한 때인 것이다.

호칸이라는 존재를 보러 오는 곳.


호랑이와 노파와 와토나이* 역을 하며

가위바위보와 같이 승부를 가리는 놀이에서는 모두가 다 같이 "호랑이,호-랑-이,호랑 호랑"이라고 소리를 맞췄다.



"요정(料亭)*도 옛날에 비하면 반 정도로 줄었어요.
매년 하나 씩 없어지고 있는 셈이죠.

다이코모치도 지금은 정말 이곳저곳에 불려 나가요.
연회석이 아닌 곳에 불려 갈 때도 많습니다. 대낮에도 말이죠.

로터리 클럽이라든가 라이온즈클럽이라든가. 에도의 문화를 접하는 모임 같은 곳에서도요. 지금까지 인연이 없었던 연회석의 예능의 분위기를 즐긴다라든가. 여자들만 모여 호칸 예능을 즐기는 모임 같은 것도 가까운 여관에서 만들어져서 종종 불려 가죠.


좋게 말하면 다양화되었다고 해야겠지요. 예능만 선보이는 일이 꽤 있어요. 아사쿠사뿐만이 아니라 정말 여러 곳에 나갑니다."



*와토나이(和藤内):지카마쓰 몬자에몬(近松門左衛門)의 『고쿠센야갓센』(国性爺合戦)의 주인공 이름. 

*요정(料亭):주로 일본식 코스 요리에 해당하는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를 파는 고급 음식점으로 기업의 접대나, 연회, 정치가들의 모임 장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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