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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Sep 13. 2022

이상한 소리  下

나쓰메 소세키

*소리를 제재로 生과 死의 対比를 절묘하게 그려낸 夏目漱石「変な音」를 번역

*이 글은 어디까지나 취미로 번역한 글로 연구 목적으로 쓰지는 마세요




석 달쯤 지나

나는 또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은 전과

번호 하나가 다를 뿐,

바로 옆 서쪽방이었다.

벽 하나 사이에 둔 옛 병실에는

누가 있을까 싶어 주의 깊게 살펴봤지만

하루 종일 달그락 소리도 안 난다.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 건너편이 바로 그 이상한 소리의 출처였지만

지금 그곳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퇴원 후 극심한 몸의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그 극심함이 머리에 머물러 있었다


(*작가는 위궤양으로 두 번 입원했는데 첫 번째 퇴원 후 대량으로 피를 토하고 한 번은 위독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때의 건강 악화는 이후의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의 그림자에 부여된 동요가

끊임없이 현재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에

강판 소리 같은 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자신과 가까운 운명을 지닌,

환자들의 경과 쪽에 신경이 쓰였다.


간호사에게 일 등실 환자가 몇이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셋 뿐이라고 했다.


위중한가,라고 물었더니

위중한 것 같다고 한다.


그로부터 하루 이틀 지나

나는 그 세 사람의 증세를 간호사에게 확인했다

한 사람은 식도암이었다.


또 한 사람은 위암이었다

남은 한 사람은 위궤양이었다.


모두 그리 오래는 살 지 못할 것 같다고

간호사는 그들의 운명을 싸잡아 예언했다.



나는 툇마루에 놓아둔 베고니아의 작은 꽃을 보며 지냈다.

실은 국화를 살 예정이었는데

정원사가 160전*(16관. 1관은 10전이므로 160전)이라고 해서

50전으로 해달라고 해도 듣지 않기에


돌아오는 길에 그럼 60전 줄 테니 깎아달라고 해도 역시 듣지 않았다.


올해는 홍수 때문에 국화가 비싸다고 설명하며

베고니아를 들고 온,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분주한 골목의 엔니찌* 밤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거나 하면서 봤다


(*縁日 신불과 이 세상과의 인연이 강하다고 하는 날. 약사여래는 8일, 관세음보살은 18일 등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 날에 참배하면 영검이 크다고 함)



이윽고 식도암 남자가 퇴원했다.



위암이었던 사람은, 죽음은 체념만 할 수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선 아름답게 죽었다.



위궤양 환자는 점점 나빠져 갔다.


한밤중에 눈을 뜨면,

때때로 동쪽 끝에서

간병인이 얼음 부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멈추자

환자는 죽었다.

나는 일기에 써넣었다.


세 명 중 두 사람이 죽고 나 혼자만 남았으니 죽은 사람에 대해 남아있는게 죄스러운 것 같다. 그 환자는 구토기가 있어서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울려 퍼질 듯한 소리를 내며 종일 웩웩 토하고 있었는데
요 2,3일 그 소리가 뚝 멈춰서,
이제 진정되었으니 괜찮겠지 했더니
알고보니 피로가 극에 달해서
소리 낼 힘도 없어졌던 것이었다



그 후 새로운 환자들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쉴 새 없이 들락날락했다.


내 병은 날이 갈수록 좋아져 갔다.


결국에는 슬리퍼를 신고 넓은 복도를 여기저기 산책하기 시작했다.


그때 어쩌다,

우연히  한 상주 간호사와 말하게 되었다.


따뜻한 날의 오후.

밥을 먹은 후 운동삼아

수선화의 물을 갈아주려고

세면장에 가서 수도꼭지를 돌리고 있는데


그 간호사가

맡고 있는 병실의 다기를 씻으러 와서


늘 하던 인사를 하며 잠시,

내 손에 들린 적갈색 화분과

그곳에 두둑하게 돋운 것 같이 부푼 알뿌리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그 눈을 내 옆얼굴 쪽으로 돌리고,


이전에 입원했을 때보다 정말 안색이 좋아지셨네요 하고


3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듯한 비평을 했다.


[이 전이라니, 그때 자네도 여기서 간병하고 있었는가?]

[네 바로 옆방이었어요. 한동안 00 씨 병실에 있었는데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00 씨라는 건

그 이상한 소리가 나던 동쪽 옆방이었다.

나는 간호사를 보고,

아 이 사람이 그때 한 밤 중에 불러도 네, 하고 상냥하게 대답 하며 일어났던 여자인가 싶으니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내 신경을 그렇게 자극했던 소리의 원인에 대해서는 굳이 묻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 그런가 하고선

적갈색 화분을 닦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가 돌연 조금 정색하며 이런 말을 한다.


[ 그때 선생님 방에서 때때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만......]


나는 느닷없이 역습을 당한 사람처럼, 간호사를 봤다.


간호사는 말을 이어갔다.


[매일 아침 6시쯤 꼭 그 소리가 났던 것 같습니다만]


[아-그건가]하고 나는 생각났다는 듯이 돌연 큰 소리를 냈다.




[그건 말이요, 가죽숫돌 소리네. 매일 아침 수염을 깎으니 면도기를 갈았지. 지금도 하는 일일세. 거짓말 같으면 와서 보게]


간호사는 그저, 아아-라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00 씨라고 하는 환자가

심하게 그 소리를 신경 쓰고 있어서,

항상 저건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지, 하며 번번이 간호사에게 물었다고 한다.


간호사가 잘 모르겠다고 하면,

옆 실 사람은 아마 꽤 좋아져서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운동을 하는 기계소리가 아니겠느냐 하며 부럽다고 연신 말했다고 하는 거였다.



[그건 그렇고 자네 쪽의 소리는 뭐였는가?]


[저희 쪽 소리요?]


[그 자주, 무 가는 소리 같은 묘한 소리가 났지 않는가.]



[아아, 그거 말입니까. 그건 오이를 갈았습니다. 환자분이 다리에 열이 나서 참을 수 없다고 오이즙으로 식혀달라고 하셔서 제가 항상 갈아드렸습니다]




[그럼 역시 강판 소리였네]

[네]


[그랬구나 그걸로 잘 알겠네.-------그런데 00 씨는 무슨 병이었는가]

[직장암이요.]

[그럼, 어렵겠구나]

[네, 벌써…이곳을 퇴원한 직후였습니다, 돌아가신 게.]


나는 묵묵히 내 병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이 소리로 다른 사람을 조바심 내게 만들며 죽은 사람과

숫돌 소리로 남을 부럽게 만들며 상태가 좋아진 사람과의 차이을

마음속으로 견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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