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지 <2>
매일 수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는다. 공항에 내린 그들이 향하는 곳은 꽃이 핀 관광지, 경치 좋은 카페, 탁 트인 바닷가, 유명한 오름,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 대부분. 그렇게 '힐링'이라는 여행 취지에 맞게 아름다운 추억만을 잔뜩 챙겨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제주를 온전히 느꼈노라.' 생각하며... 과연, 그럴까?
제주도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파라다이스', '천국의 섬'이라 불린다. 하지만, 과거 도민들에게는 벗어날 수 없어 더 끔찍했던 그야말로 '지옥의 섬'이었다. 그때 그 상황을 안다면, 과거 도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진짜' 제주도의 모습을 '온전히' 만나게 될 것이다.
송악산 진지동굴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송악산 둘레길'은 너무나도 유명한 관광지다. 하지만, 제주도의 노력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관광객들의 관심이 부족한 걸까? 송악산이 품고 있는 슬픈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송악산 입구 근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만 만날 수 있는 이곳(사진 우측)은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한 전진 기지로 구축한 방어 진지, '진지동굴'이다. 너비 3~4m, 길이 20여 m에 이르는 이 굴들은 어뢰정을 숨겨놓고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했던 일제시대 군사유적지다. 그 규모를 실제로 본다면, 일본군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함부로 대한 것에도 물론 화가 나지만, 이 굴을 뚫기 위해 제주도민들의 노동을 착취한 것도 모자라, 식량지원까지 강요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나처럼 피가 거꾸로 솟을 것이다.
알뜨르 비행장
송악산 진지동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알뜨르 비행장'도 마찬가지. 대정읍 알뜨르 평야에 건설했던 일본 해군항공대 비행장이었기에 제주도민들은 이곳을 '알뜨르 비행장'이라 불렀다. 이곳 또한, 중국 대륙 침략을 위해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장소. 1937년부터 1945년까지 비행장을 확장해 사세보의 해군항공대 2500여 명과 전투기 25대를 배치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미가제 조종사들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당시 건설된 20여 개의 격납고가 해안을 향해 자리 잡고 있고, 그 주변으로 주민들이 밭을 일구고 있어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옛날 도민들의 눈물과 한이 어려있으니 꼭 한 번 방문해보길.
제주 4.3 평화공원
'4.3 사건'을 모르고는 제주도를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4.3 사건'은 제주의 과거이자, 제주의 현재며, 제주의 미래다. 그 비극적인 역사를 기억하고 재현하여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장소, 제주도를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만들어줄 그 장소가 바로 '제주 4.3 평화공원'이다. 제주 4.3 평화기념관을 통해 4.3 사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위령제단, 위령탑, 행방불명인 표석 등 다양한 조형물들을 바라보며 가슴 아픈 그날을 기억할 수 있다.
하나 더! 조천읍에 있는 '너븐숭이 기념관'도 무차별 학살과 엄청난 희생(애기 무덤 20여기가 군락을 형성)을 증언하고 있으니, 기억하고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제주목 관아
제주목 관아(濟州牧 官衙)는 조선시대 제주목 통치의 중심지다. 쉽게 말해, 지금의 '제주 도청' 같은 곳. 그중 문무의 올바른 정신을 오롯이 본받기 위해 지어진 '제주의 대표적 누정'인 관덕정은 특히, 더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바로 1947년 3월 1일 3·1 발포사건이 있었던 현장이기 때문.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치였지만 경찰이 아무런 조치 없이 가버렸고, 이에 격분한 군중들의 항의를 시작으로 3.10 민관 총파업에 이어 결국 4.3 발발의 도화선이 된 장소다.
4.3 사건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장소이자, 제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이 '관덕정'인 것이다. 제주목 관아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찾아가 보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떠오른다. 그가 말한 인생이 제주도와 참 많이 닮아서이다. 푸른 바다, 그림 같은 하늘 그리고 때론 억새로, 때론 꽃으로 물들어 있는 오름까지. 멀리서 보면 제주도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인다. 하지만, 한 발자국만 다가와 보면, 비극적인 역사와 마주하게 되고, 아픈 기억을 가진 도민들의 상처가 보인다. 지금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단 하나.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이 아닐까?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렇게 부탁하고 싶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와 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