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걸 안 불편해야 살 수 있어요

제주살이의 꿈과 현실

by 지집아이

# 제주도민이 된 서울 촌년 9.


"제주도에서 살아? 정말 좋겠다!"

"부러워. 나도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데."


꿈과 환상의 섬이 맞긴 맞나 보다. 제주도민이 된 나를 부러워하지 않는 이가 없는 걸 보니. 물론, 충분히 그럴만하다. 눈만 뜨면 자연을 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바다와 오름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시내'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서울 토박이였던 나도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여전히 감수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쓰레기와의 전쟁
제주도 쓰레기 배출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쓰레기와의 전쟁이다. 제주도는 요일별로 '버릴 수 있는 쓰레기'와 '버릴 수 없는 쓰레기'가 정해져 있다. 배출 시간도 오후 3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대부분 배출 장소가 집 앞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로 싣고 가서 버려야 한다는 것. 이는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3년 전, 제주도민이 된 나도 처음 겪는 문화에 굉장히 불편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달까? 외출할 때마다 가지고 나가기 때문에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름엔 지독한 냄새로 여전히 인상 쓰게 되지만.


벌레와의 전쟁
집 앞에서 만난 벌레(?)


도심에서 살던 외지인들,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벌레와의 전쟁이다. 서울 촌년인 나도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벌레가 있다는 걸 제주도민이 된 후, 처음 알았으니. 모기, 파리, 하루살이와 씨름하며 살아온 것이 가소로울 지경이랄까? 특히 더 자주 보는 벌레는 다리 많은 '돈벌레'와 새까만 '지네'다. 징그러운 외모(?)도 싫지만 물리면 욱신거리는 통증까지 동반되니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벌레를 밖이 아닌 집에서도 흔하게 만난다는 것. 벌레를 끔찍하게 싫어한다면, 제주살이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아니면, 아파트를 선택하거나! 간혹 만나는 달팽이나 무당벌레가 이젠 귀여워질 정도니 말이다. 벌레를 보며 질겁하던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벌레들이 사는 곳에 우리가 침입했다."고. 어쩌면 그 말이 맞지 않을까?


어둠과의 전쟁
멀리서 바라본 제주 시내


서울에서 놀러 온 지인들은 꼭 '제주의 밤'을 언급한다. '너무 어둡다.'고.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제주시 중 가장 밝은 곳이 '시내'이니 말이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운전하기도 어려울 만큼 주변은 온통 암흑천지로 변한다. 혹시, 제주살이'를 꿈꾸는가? 제주도민이 될 계획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어둠과의 전쟁에서 무릎 꿇지 않을 용기를 가져와야 한다. 생각보다 '어둠'이 무서워 밝은 시내로 나가 살거나, 제주도를 떠나는 외지인들이 많으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묻고 싶다. 해가 뜨면 밝고, 해가 지면 어두운 것이 당연한 '자연현상' 아니냐고. 어두운 만큼 달과 별을 더 환하게 만날 수 있고, 어두운 만큼 자연의 냄새와 소리를 더 잘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밤이 어딨냐고 말이다.


외식[外食]과의 전쟁
제주도 식당별 휴무 요일


관광객도 마찬가지지만, 제주도민들도 헷갈릴 때가 많다. 바로 식당의 휴무 요일. 물론, 육지도 쉬는 날은 식당 사장님 마음이기에 전부 똑같다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 식당끼리 맞춰서 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주도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무 요일도 참 다양한 편. '일'과 '쉼'을 동시에 잡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식당마다 손님 없는 요일이 다르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휴무 요일이 다양한 것만은 사실이다. 제주도에서 외식할 예정인가? 그렇다면, 찾아갈 식당의 휴무 요일을 반드시 확인하라. 도민인 나도 여전히 확인한 후에 방문하니 말이다. (* 참고로 도민들이 이용하는 식당은 주로 일요일이 휴무다.)


예상치 못한 일과의 전쟁


'불편한 점이 4가지뿐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시원하게 말할 수 없다. 좋은 점이 많은 만큼 불편한 점도 셀 수 없이 많으니. 도시에선 들을 수 없는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수시로 들리고, 밭을 갈 때마다 어마어마한 '흙먼지'가 집안으로 날아들어온다. 그뿐이랴. 코끝을 찌르는 거름 냄새에 기계 소리까지 시골 살이의 불편함을 전부 가지고 있으니, 예상치 못한 일과의 전쟁은 그야말로 일상이라 보면 된다.


혹시, 이렇게 묻고 싶은가? <그렇게 불편한데, 왜 제주도에 사냐고> 그 이유는 단 하나다. 불편함이 더 이상 안 불편해졌기 때문. 쓰레기는 외출할 때마다 가지고 나가면 되고, 벌레는 내가 위협하지 않는 한 날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며, 어둠은 별을 더 밝게 빛내준다는 걸 느꼈으니 불편하지 않다. 식당이야, 휴무가 아닌 날 가면 되지 않은가.


제주살이에 '불편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불편함을 '안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생각의 전환, 그거 하나면 충분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