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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Apr 26. 2021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아도 돼

109 <별이 되지 않아도 돼>

tvN 드라마 <미생> 中
일이 하나도 안 풀리고
속상하고 답답할 때
내가 나를 달랠 힘도 없고
공허하고 외로울 때

세상은 마음처럼
하나도 쉽지 않고
내 앞에 길이
막막해 보일 때

어제와 똑같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친 내가 보일 때

하늘을 바라봐
어두워도 괜찮아
빛나는 별을 찾지 않아도 돼

멍하니 바라봐
아무 생각 없이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아도 돼

사람들의 위로
전혀 와 닿지 않고
그냥 멋쩍게 웃어넘길 때

집에 가는 길에
고개 들 힘도 없지만
혼자 이겨내야 할 때

하늘을 바라봐
어두워도 괜찮아
빛나는 별을 찾지 않아도 돼

멍하니 바라봐
아무 생각 없이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아도 돼 (X2)

조금은 느리게 걸어가도 돼

        - 109 <별이 되지 않아도 돼>


제주도민이 되고 나서야 보였다.


추억을 만들기 위해 제주를 찾는 사람만큼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 이곳에 오는 사람이 많다는 걸. 지난날, 나 역시 그랬기에 그들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세상에 짓눌린 마음의 무게만큼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들, 그 무게를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가장 가벼운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 그리고 '함께'가 아닌 '혼자' 다니며 그 무게를 꾸역꾸역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추억이 아닌 위로가 필요해 제주를 찾은 사람들이다.


나는 어제도 그들 중 한 명을 만났다. 게으른 탓에 일출은 보지 못해도 일몰은 습관처럼 챙겨보기에 그 시간을 기다리다 우연히 마주쳤다. 들어 있는 것이 걱정인지, 고민인지 헷갈릴 만큼 무거운 배낭을 멘 여자, 얼마나 걸었는지 흙먼지로 뒤덮인 운동화를 신고 '혼자' 앉아 있던 그녀는 20대인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어두운 표정으로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109의 노래 <별이 되지 않아도 돼>를 틀어놓고.


나는 처음 듣는 노래에서 처음 만난 그녀를 보았고, 그 마음을 아주 조금 읽을 수 있었다. 속상하고 답답하고, 공허하고 외롭다는 걸. 그리고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아주 당연한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녀를 위해 아주 조용히 응원을 보냈다.


나에게도 그럴 때가 있었지.

참 힘들었지만, 정말 잘 이겨냈어.


이렇게 오늘을 하나의 추억으로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게 해 달라고. 그래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오늘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누군가와 제주를 다시 찾아오게 해 달라고.


그녀와 나란히 앉아 일몰을 보며 는 그렇게 작은 바람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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