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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Apr 29. 2021

이번이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지코(ZICO) - 사람

JTBC 드라마 <청춘시대> 中
다를 거 없이 하찮은 하루
유독 좋은 일만 피해 갔구나
어릴 적 그림 속 어른이 된 난
분명 기쁜 표정이었는데

한 평생이 오늘까지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멋쩍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사랑해란 말을
너에게 건네줘 right now

고개를 자꾸 떨구게 돼 요즘엔
마지막으로 하늘을 본 게 언젠지
흐릿해진 세상은 먼지투성이네
나 같은 사람들이 발버둥 쳤기 때문에 yeah

We always say 나중에 그 나중에를 위해
건너뛴 생일을 빼면 여태 난 십 대
철들수록 부쩍 상상이 두려워
미끄럼틀도 서서히 비탈길로 보여

낯선 친절은 의심 가
뻔한 위로가 더 기운 빠져
화기애애한 대화창 속 넌
정말 웃고 있을까?

거리낌 없이 아무 데나 걷기엔
피해야 될 것이 너무 많은 곳에서
태어날 때나 늙어갈 때
움츠린 채 사는 우리

다를 거 없이 하찮은 하루
유독 좋은 일만 피해 갔구나
어릴 적 그림 속 어른이 된 난
분명 기쁜 표정이었는데

한 평생이 오늘 까지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멋쩍단 이유로 미루었던 사랑해란 말을
너에게 건네줘 right now

조심해 시간은 무섭게 속력을 낼 거야
넘어지지 않게 서로 손잡이가 되어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실망밖에 없어
터질 듯 쌓여버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삶은 교묘한 장난을 안 멈춰 uh
네가 공짜로 생명을 얻은 날부터 UH... 

우선시되는 무언가에 늘 묻혀있지 행복은
화려한 꽃밭 틈에서 찾는 네 잎 클로버
나쁜 마음씨를 들킬까
너 나 할 것 없이 눈치 봐
걱정 마 좀 부족해도 누군가는
인간다움을 느껴

남의 눈에 좋은 사람이기 전에
나 자신한테 먼저 화해를 청해
어렵다는 거 모두가 알아
이번이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다를 거 없이 하찮은 하루
유독 좋은 일만 피해 갔구나
어릴 적 그림 속 어른이 된 난
분명 기쁜 표정이었는데

한 평생이 오늘 까지면
발길을 돌릴 곳이 있나요
멋쩍단 이유로 미루었던 사랑해란 말을
너에게 건네줘 right now

We're the same
We're the same people
Are you happy are you sad
Why is it so hard to be loved
We're the same
We're the same
We're the same people
Are you happy are you sad
We need love


"여보세요."

"..... 나야."


'나야'라는 말을 힘겹게 내뱉고, 친구가 무너졌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내 가슴은 또, 눈물로 차올랐다. 무슨 일인지, 왜 우는 건지 오늘도 알지 못했지만, 사람 없는 곳에 숨어서, 그것도 혼자 울고 있을 친구가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친구는 7년 전, 한 남자를 만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며, 매년 열 번의 제사를 지내야 하는 '맏며느리'이자, 아픈 친정아버지를 챙겨야 하는 '외동딸'로 바쁘게 지냈다.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황. 그렇게 7년을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또, 딸로 모든 역할을 씩씩하게 잘 해내던 그녀는 작년 겨울, 아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활동하는 시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전화도 잘 받지 않았으며, 집안일에도, 아이들을 챙기는 일에도 눈에 띄게 소홀해졌다. 


'우울증'이었다. 


그때의 나는 일이 바빴고, 서울과 멀리 떨어진 제주도에 살았으며, 집안에 일이 생겨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니, 그건 그녀를 챙기지 못했던 내가,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뻔한 변명이었다. 결국, 나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병든 마음을 움켜쥔 친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사이, 그녀의 병은 더 깊어졌고, 곁에 있는 가족들도 조금씩 지쳐갔다. 그걸 알기에 친구는 눈물이 차오를 때마다 가족들을 피해 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렇게 한참을 혼자, 울음을 쏟아내고는 가정으로 돌아갔다.


미안해. 고마워.


이 두 마디만 남긴 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기에. 힘들 때마다 달려가 안아줄 수가 없기에. 전화벨이 울리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샤워를 하는 중에도, 밥을 먹는 중에도, 잠든 새벽에도, 심지어 회의를 하는 중에도 친구의 이름이 핸드폰에 뜨면 그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전화를 받는 일'이 되어버렸다. 무려 두 달 동안.


그런 그녀가 제주도 여행을 제안한 나의 권유에 드디어 용기를 냈다. 좋은 풍경을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가족과 멀어지면 가족이 그리워지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작은 바람이 하늘에 닿아 그녀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그리고 그녀가 제주도에 오는 날, 난 지코의 <사람>이란 노래를 꼭 들려줄 것이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나의 진심이 노랫말에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남의 눈에 좋은 사람이기 전에

나 자신한테 먼저 화해를 청해

어렵다는 거 모두가 알아

이번이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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