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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Apr 06. 2022

'글태기'를 느낀 작가의 안부

<4. 저는 잘 지냅니다>

  아무것도, 아무 일도, 아무와도 만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힘들 땐 힘내지 말라는 선배의 조언을 무작정 따라보기로 한 것이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웃고 싶을 때 웃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해내긴 어려운 그 일을 무려 5개월 동안 이어갔다. 그렇게 내가 내 마음을 다독이는 사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2021. 4. 5. 제주 한림공원>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제주를 핑크빛으로 물들인 벚꽃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라는 그 유명한 대사가 나오는 장면 말이다. 신기했다. 아니, 궁금했다. 특별히 누가 떠올라서도 누가 그리워서도 아닌데, 나는 왜 그 순간 그 대사가 떠올랐을까? 대체 누구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잘 지내냐.'고, '글태기는 좀 극복했냐.'고 나의 안부를 물어봐주길 바랬던 것일까? 생각이 그 끝에 머물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랬다. 그랬던 것이다.

   그동안 세상은 나 없이도 잘만 흘러갔으니.


  새해엔 어김없이 복을 주고받았고, 온 나라를 집어삼킬 것만 같던 산불도 잦아들었으며,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도 선출되지 않았는가! 나는 그것이 서운했던 것 같다. 너무도 당연한 그 사실이 억울했나 보다. 마치 달리다 살짝 넘어지고는 크게 소리 내 우는 아이처럼. 


  그래서 나는 누구도 묻지 않은 나의 안부를 이렇게나마 전하려 한다. 여전히 글쓰기가 힘들다고. 그럼에도 평생,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고. 그것도 아주 멋지게 엄청 잘 쓰고 싶다고. 그래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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