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혼자 여행하면 뭐가 좋냐고?

by 지집아이

#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 <7화>


"혼자 여행하면 무섭지 않아?"

"난 좀... 외로울 것 같은데."


여행, 그것도 혼자 여행하기가 취미인 지희가 자주 듣는 말이다. 그나마 이 정도 질문이면 아주 예의 있게 물어보는 편. 대부분은 앞이나 뒤에 꼭 '여자가'란 말을 붙인다. '어디 여자가 여행을 혼자 다녀!', '겁도 없네. 여자가.' 이렇게 말이다. 아주 성차별적인 말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다. 힘없는 여자만 노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판 치는 세상이고, 대다수의 여자들은 평범한 남자 하나도 상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렇다면, 여자는 절대 혼자 여행하면 안 되는 걸까? 아니다. 안전하게, 아주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섯 가지 규칙'을 스스로 지키는 것!


첫째,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들어온다.

둘째, 절대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술을 마시지 않는다.

셋째, 낮에도 으슥하고 인적이 드문 곳엔 가지 않는다.

넷째, 공짜 호의란 없다. 낯선 사람의 '과한' 친절은 받지 않는다.

다섯째, 믿을 만한 사람(예 : 숙소 주인)에게 나의 하루 행선지와 귀가 시간을 알려준다.


물론, 이 규칙을 지킨다고 모든 위험을 100% 피할 순 없다. 안전벨트를 매도 일어날 사고는 일어나는 것처럼. 이 다섯 가지 규칙은 혼자 여행에 필요한 '안전벨트'다. 위험한 상황은 최대한 피할 수 있고, 설사 사고가 난다고 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전전긍긍만 하며 살기엔 세상은 넓고, 경험할 일은 많지 않은가!


8년 전, 그러니까 제주도민이 되기 5년 전에 지희는 혼자 버스 여행을 했다. 흔히 '제주도 한 달 살기'라고 말하는 것을 하며 참 많은 것을 경험했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한참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 그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다. 버스 옆자리에 앉은 제주도 할머니와 귤 까먹으며 이야기한 일, 인심 좋은 아주머니께 새참을 얻어먹은 죄(?)로 밭일을 도와드린 일, 장맛비를 뚫고 미술관에 도착하자 깜짝 놀란 관장님이 무료 관람과 커피를 선물해준 일 등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행복' 그 자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희는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을 잊을 수 없다.

태풍은 마치 창문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덜컹덜컹' 끊임없이 두드려댔고, 바람은 어떻게든 방 안으로 들어오겠다며 '휘휘휘' 거렸다. 덕분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다음 날, 숙소 주인아주머니는 태풍을 이겨낸 기념(?)으로 한 잔 하자며, 맛있는 전을 부쳐주셨다. 그렇게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한 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아주머니께 털어놓았다.


"제 직업이 지겨워졌어요. 이 일로 평생 먹고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른 직업을 택할 자신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희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아주머니는 '툭'하고 해답을 건네주었다.


"그거... 정상이에요."

"네?"

"나도 30년을 직장 생활했는데 늘 사표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어요. '한 달만 더 다니고 그만둬야지. 진짜 내일은 그만둬야지.' 하면서 30년을 다녔다고요. 아마 대부분은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을 걸요? 하하하."


순간, 지희는 '정상'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위안이 되는 말인지 처음 알았다. 그동안 꽉 막고 있던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지희 씨... 누군가는 지희 씨의 인생을 부러워할 거예요."

"네? 저를요?"

"네. 어떤 직장인이 이렇게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닐 수 있겠어요. 이런 직업, 흔치 않아요."


듣고 보니 그랬다. 물론, 무급 휴가지만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여행은 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지희는 그날, 오랜 고민의 매듭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


이것이 바로 지희가 말하는 '혼자 여행의 묘미'다.

뜻하지 않게 인생 선배를 만나는 경험도,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듣는 경험도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경험 모두 혼자 여행을 해야만 가능하다. 둘만 되어도 익숙한 서로를 바라보느라 '색다른 경험'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가! 이젠 혼자 여행을 떠날 용기가 생기는가?




- <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