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 <8화>
얼마 전, 지희는 엄마와 말다툼을 했다. 그 시작은 한 연예인이 일명 '먹방'을 위해 TV에 나오면서부터였다.
"어휴. 쟤 먹는 것 좀 봐라. 난 저래서 뚱뚱한 얘들이 싫어."
엄마는 늘 그랬다. 쟤는 뚱뚱해서 싫고, 쟤는 못생겨서 싫고, 쟤는 시끄러워서 싫고. 항상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이 더 많은 사람, 그게 바로 지희 엄마였다.
"엄마, 그렇게 말하지 마. 저 사람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이야."
"내가 쟤 앞에서 얘기했니? 너랑 나랑 둘이 있는데 뭔들 말 못 해!"
"그러니까. 앞에서 얘기 못할 거면 뒤에서도 하지 말라고."
"하... 넌 꼭 그렇게 옳고 그른 걸 따지더라? 그냥 좀 그러려니 하고 들어주면 안 돼?"
"응. 안 돼. 이젠 나도 좋은 말만 듣고 싶어."
"나쁜 지지배, 엄마를 그렇게 면박 주면 속이 후련하냐?"
"엄마, 감정적으로 이야기하지 마. 난 그냥 고쳐야 할 점을 알려준 거야."
"고쳐야 할 점? 아주 엄마를 가르쳐라. 가르쳐!"
차분하게 조목조목 따지는 지희. 서운해하다 버럭 화내고는 자리를 피해버리는 엄마. 그게 바로 지희와 엄마의 대화 패턴이다. 그럴 때마다 지희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알겠다. 고쳐보마'하면 될 것을 절대 인정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조카들이 제주도에 놀러 온 날, 또다시 일이 벌어졌다. 바닥에 물을 쏟은 지희가 깜빡하고 닦지 않아 엄마가 미끄러진 것이다.
"어머! 엄마 괜찮아?"
"너 왜 물을 안 닦았어! 바로바로 닦았어야지!"
"그러게... 깜빡했네."
"살짝 미끄러졌으니 다행이지. 누구 하나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
"대체, 뭐하느라 물을 안 닦은 거야!"
"전화가 와서 통화 좀 하느라..."
"얘가 정신이 있어 없어!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야지!"
"아니,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거 몰라?"
"그만해. 나도 반성하잖아."
"그게 반성하는 태도야?"
화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그 순간, 누군가 지희의 손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10살 조카, 예진이었다.
"이모! 귀 좀..."
지희는 한숨을 크게 내쉰 후 몸을 낮춰 예진이에게 귀를 내어주었다.
"이모, '미안해' 한 마디면 돼."
순간, 지희는 자신이 한 말을 빠르게 되새겨보았다. 그래도 '사과 비슷한 말'은 하지 않았을까 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은 온통 변명뿐이었다. 항상 '엄마는 왜 인정하지 않을까.'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지금, 자기 자신이 하고 있었다. 그걸 깨닫게 되자,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엄마..."
"왜!!"
"... 잘못했어. 미안해. 다음부턴 주의할게."
그거였다. 엄마가 원하는 대답이. 그리고 지희가 해야 할 말이. 그 한 마디로 엄마의 기분은 풀어졌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잘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인정이고 사과 아닐까? 그날 밤, 지희는 10살 조카의 가르침을 여러 번 곱씹고 되새기며 마음 깊숙이 저장해 두었다. 잘못했을 땐, '미안해' 한 마디면 된다는 것을...
- <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