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 <6화>
"분명 결혼 안 했을 걸? 원래 결혼 안 한 여자들이 독하잖아."
지희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애 둘 딸린 유부녀, '은영'이 술자리에서 한 말이다. 최근 '정인이 사건'부터 '조카 물고문 사건'에 '양주 어린이집 학대 사건'까지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 문제에 친구들은 '잔인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입을 모아 분개했고, 그러던 중 불쑥 '은영'이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분명 결혼 안 했을 걸? 원래 결혼 안 한 여자들이 독하잖아."
지희는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전부 기억한다. 그녀와 함께 주고받은 대화도.
"너... 근거 없는 개소리를 아주 정성스럽게 한다?"
"뭐? 개소리? 야! 근거가 왜 없어! 계모란 말 몰라? 처녀가 홀아비한테 시집와서 애들 구박하고 그러잖아."
"저기... 단어 뜻을 잘 모르나 본데, 계모는 말이야. '괴롭히는 새어머니'가 아니고 그냥 '아버지가 재혼해서 생긴 어머니'를 뜻하는 말이야. 그리고 참고로 신데렐라 괴롭힌 계모도 딸 둘 있는 엄마였거든?"
"뭐... 그래... 근데, 옛날부터 어른들도 그랬잖아. '애 안 낳아본 여자가 독하다.'고. 그런 말을 괜히 하겠어?"
"그럼...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말도 맞는 말이겠네?"
"그건 아니지."
"왜? 네가 그렇게 신뢰하는 '옛날 어른들'이라는 분들이 하신 말인데, 그건 맞고 이건 틀려?"
"야, 그래! 네가 결혼 안 해서 내 말에 발끈한 것 같은데..."
"아니, 내가 결혼했어도 네 말엔 발끈했을 거야."
"뭐...?"
"너, 뉴스만 잘 봤어도 창피해서 그런 말 못 해. 정인이 사건 알지? 정인이 때려서 숨지게 한 그 여자도 친딸이 있는 엄마였어. 조카 물고문해서 죽인 이모 부부? 자식이 둘이나 있는 부모였다고. 근데 왜, 결혼 안 한 여자가 독해? 네 논리대로라면 결혼한 여자, 심지어 자식까지 있는 여자가 더 독하지? 안 그래?"
지희의 말에 은영은 붉어진 얼굴로 한숨을 푹 쉰 후 '화장실 좀...'이라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친구들은 '걔 생각 없이 말하는 거 한 두 번이냐.', '그 정도면 알아 들었을 거야.'라며 상황 정리에 열을 올렸다.
우리나라엔 남녀차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자들은 결혼 여부, 출산 경험 여부에 따라 여전히 심각한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미혼이면 '그 나이 먹도록 결혼도 안 하고 뭐했어?', '봐라. 나중에 늙으면 외롭고 서럽다.'며 남이 살아온 삶 자체를 비하하거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남의 미래를 저주한다. 그렇다면, 결혼만 하면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
"아직 철이 덜 들었네. 아이를 낳아야 철이 들지."
"거봐. 아이가 없어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거야."
이런 말은 아이 낳은 사람에겐 하지 않으니까. 이 얼마나 잔인한 차별인가.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정당한 걸까?
나는 묻고 싶다. 결혼하면 전혀 외롭지 않냐고. 아이를 낳으면 철이 들고 공감 능력도 높아지냐고. 그리고... 성격도 더 착해지고 더 순해지냐고 말이다.
- <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