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헤어짐 앞에서 우리는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한 가지

by 이피디

우리 엄마는 아직도 제가 혼자 공항 게이트로 들어갈 때면, 눈시울을 붉히면서 꼭 가방을 뒤로 메지 말고 야무지게 챙기라고 이야기해요. 내가 낯선 외국 땅에서 소매치기를 당할까 봐 걱정스러운 것보다 혼자 여행하며 소매치기 걱정도 할 만큼 다 컸다는 생각에 드는 기특함이리라 감히 짐작해 봅니다.


얼마 전 평소보단 조금 길게 떠나는 뉴욕행 비행기를 앞두고 유난히 마음 쓰시는 엄마를 보면서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이번엔 좀 기네~'라고 어색한 한마디를 던졌더랬죠. 누가 보면 1년 어학연수라도 떠나는 줄 알겠어요. 이렇게 표현이 서툰 막내딸을 보면서 우리 엄마 서운한 마음 숨기질 못하셨죠. 난 그런 엄마를 두고 매번 혼자 공항을 나설 때마다 '혼자만 좋은 구경 하러 다녀서 미안해'라고 이야기합니다.


짧은 헤어짐에는 언제나 긴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건조한 일상에서 찾기 힘들었던 괜한 애틋함이랄까요. 무심하게 스쳐 지나갔던 이야깃거리들이 거대하게 부풀어져 어느 순간 다시 돌아와 쿵하고 우리 앞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어색한 한마디로, 짧은 포옹으로, 애틋한 전화통화로 서로가 서로에게 서툰 마음을 전합니다.


여행이 또다시 코 앞으로 다가왔네요. 난 이번에도 우리 엄마한테 '혼자만 좋은 구경 하러 다녀서 미안해'라고 이야기하겠지요. 엄마와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을 꿈꿔보며, 이번엔 엄마가 좋아하는 선물 하나 거나하게 사 올까 해요.




혼자 떠난 첫 여행, 엄마의 편지


매거진의 이전글아주 근사한 보통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