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언어 배우기
얼마 전 고사리과 식물을 하나 데려왔다. 블루스타펀이라고 부르는 이 식물은 다행히 햇빛을 양껏 받지 않는 자리에서도 굳건히 잘 자란다고 한다. 어디서나 쑥쑥 크기로 유명한 테이블 야자와 함께 내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사실 이곳은 식물에게 영 좋지 못한 환경이다. 동향이라 햇볕이 충분치 못하며 겨울엔 추위, 여름과 가을엔 매미소리와 은행 냄새 때문에 환기도 제대로 못 시켜준다. 식물을 잘 기르기 위해 필요한 햇빛, 습도, 통풍 중에서 두 가지나 실격인 곳이다.
식물 편집샵이나 화훼 단지에서 나와 동거를 시작할 식물을 찾을 때, 이런 악조건에도 순순히 응할 만한 친구를 찾기 위해 사장님들과 자주 대화했다. 역시 함께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상대의 나이나 성격과 무관하게 대화가 쉽고 즐겁다. 사장님들의 추천으로 고심 끝에 데려온 식물인 만큼 어둡고 답답한 방에서 잘 버텨주었고, 그래서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다.
식물과 동거하기 위해선 이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반려견의 울음이나 특정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람 산책이 필요한지 물이 필요한지 혹은 애정이 필요한지 식물에게도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온 힘을 끌어올려 여러 개의 팔 끝에 달린 잎을 잔뜩 말아 쥔다든지, 단전에 힘을 모아 흙을 바싹 마르게 한다든지 식물도 나름의 언어가 있다.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이를 지나치거나 무시하기 쉽지만 동거하는 존재의 외침에 무신경하다면 둘 중 하나는 집을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식물에 대한 작은 성의 표시로 서큘레이터를 구매했다. 영하 5도의 추위를 뚫고 모던하우스에 가서 서큘레이터를 찾으니 그건 여름에 파는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 식물을 위한 거라는 대답을 뱉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온라인 주문을 했다. 힘차게 돌아가는 서큘레이터로 풀들에게 바람 마사지 시간을 주고선 나는 담요를 몸에 두르고 앉아 작업을 하고 있는 꼴이 조금 우습다.
박쥐란, 립살리스, 콩란 등 데려오고 싶은 식물이 한 트럭이지만 우선 함께 살고 있는 식물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아직 초보 집사로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을 테니까. 겨울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봄을 기다리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동거하는 식물이 생기니 만물에 생명력이 솟아나기 시작하는 봄이 기다려진다. 우리 집 식물들을 데리고 나가 봄기운이 완연한 공원을 산책시켜줄 순 없지만 분갈이도 해주고 키도 쑥쑥 자랄 수 있는 계절이 곧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