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혜정 낭독연구소 1기 동기생들이다. 우리의 만남은 2020년 1월, 낭독기초반 첫 수업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초반의 첫 수업에는 그저 소리 내어 읽는 것이 낭독이라고 알고 온 나 같은 문외한 친구들도 있었고, 독서모임을 운영하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 봉사를 하고 있거나, 또 이미 북튜버로 활동하면서 좀 더 낭독을 잘하고 싶어 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낭독의 경력과 수준을 떠나 기초반 내내 낭독은 '말하듯이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시는 성우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했다. 그저 즐기려고 했을 뿐인데, 그저 좀 더 잘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말하듯이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문가반을 마친 후에도 낭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우리들의 만남은 매주 한 번씩 정규적으로 지속되었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너무도 잘 알기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뭔가 아웃풋이 있는 우리의 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을 모아 ‘콜라낭독’을 탄생시켰다. 콜라낭독으로 다른 사람 8명이 더 돈독한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었다. 우습게도 우리 8명은 성도 다 다르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사는 지역도 다양하다. 종교, 과학, 역사, 치유, 음악, 자연 등 좋아하는 관심사도 다양하다.
'콜라낭독'은 콜라보 낭독의 준말이다. 채널 이름을 고민 고민하닥 '콜라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콜라보에서 ‘보’ 자를 빼고 ‘콜라낭독’이 된 것이다. ‘콜라’이니까 우리의 이름을 ‘콜라와 오렌지주스’, ‘콜라와 치킨’, ‘콜라와 사이다’ 등으로 할까? 라며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결국 각자가 가진 세례명이나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으로 시작한 콜라낭독은 첫 번째 책으로 이유미 작가님의 <날 사랑하거나 더 사랑하거나>를, 이어서 정여울 작가님의 <그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을 선정했다. 우연히 두 책 다 30대의 작가님들 이야기라 모임 도중 우리도 우리의 30대로 돌아가 저마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떠난 유학, 임신을 했지만 학업을 포기할 수 없어 배부른 상태로 힘들게 다닌 학교생활, 출산 예정일과 마지막 시험 일정과 겹쳐서 우습지만 뱃속에 있는 큰 아이에게 배를 만지며 “엄마 시험 다 보고 만나자~”라고 말하기도 했던 그리운 30대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낭독도 그냥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내는 삶처럼.
그저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놓고, 힘을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