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독가 한희정 Apr 19. 2022

사랑으로 뭉친 콜라낭독

사랑으로 뭉친 '콜라낭독'

우리는 서혜정 낭독연구소 1기 동기생들이다. 우리의 만남은 2020년 1월, 낭독기초반 첫 수업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초반의 첫 수업에는 그저 소리 내어 읽는 것이 낭독이라고 알고 온 나 같은 문외한 친구들도 있었고, 독서모임을 운영하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 봉사를 하고 있거나, 또 이미 북튜버로 활동하면서 좀 더 낭독을 잘하고 싶어 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낭독의 경력과 수준을 떠나 기초반 내내 낭독은 '말하듯이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시는 성우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했다. 그저 즐기려고 했을 뿐인데, 그저 좀 더 잘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말하듯이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많았고,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라고 질문을 던질 때도 있었다. 중도에 포기하고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친구도 있었다. 발음, 특유의 조와 억양, 악센트 등 각 사람이 가진 문제점을 집중하여  지도하실 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바라는 대로 표현이 안된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길게만 느껴지던 12주의 기초반 과정을 마치고, 심화반을 거쳐 전문가반까지 1년이란 세월을 낭독에 쏟아부었다. 


전문가반을 마친 후에도 낭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우리들의 만남은 매주 한 번씩 정규적으로 지속되었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너무도 잘 알기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뭔가 아웃풋이 있는 우리의 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을 모아 ‘콜라낭독’을 탄생시켰다. 콜라낭독으로 다른 사람 8명이 더 돈독한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었다. 우습게도 우리 8명은 성도 다 다르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사는 지역도 다양하다. 종교, 과학, 역사, 치유, 음악, 자연 등 좋아하는 관심사도 다양하다. 


'콜라낭독'은 콜라보 낭독의 준말이다. 채널 이름을 고민 고민하닥 '콜라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콜라보에서 ‘보’ 자를 빼고 ‘콜라낭독’이 된 것이다. ‘콜라’이니까 우리의 이름을 ‘콜라와 오렌지주스’, ‘콜라와 치킨’, ‘콜라와 사이다’ 등으로 할까? 라며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결국 각자가 가진 세례명이나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낭독 천사 미카엘라

자유로운 영혼의 앨리스

우아한 사비나

홀가분한 에스더

다정하게 쿨하게 클라라

음악과 낭독을 사랑하는 그녀 스테파니아

콜라낭독과 동행하는 행복한 레나

마벨르 미셀                                    - 이상 8명.  




네이버 오디오클립으로 시작한 콜라낭독은 첫 번째 책으로 이유미 작가님의 <날 사랑하거나 더 사랑하거나>를, 이어서 정여울 작가님의 <그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을 선정했다. 우연히 두 책 다 30대의 작가님들 이야기라 모임 도중 우리도 우리의 30대로 돌아가 저마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떠난 유학, 임신을 했지만 학업을 포기할 수 없어 배부른 상태로 힘들게 다닌 학교생활, 출산 예정일과 마지막 시험 일정과 겹쳐서 우습지만 뱃속에 있는 큰 아이에게 배를 만지며 “엄마 시험 다 보고 만나자~”라고 말하기도 했던 그리운 30대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어려워진 경제상황이었지만, 영재 아이의 뒷바라지를 위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육아와 자기 계발에 힘써 30대 후반에 다시 상담일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거절했었던 시각장애인과의 소개팅 이후  4년이 지난 어느 날 만나게 되어 인연을 맺은 이야기, 승무원에서 팀장까지 승진한 승승장구한 이야기, 틱장애 아이들과 함께 힘들었던 이야기, 안정적인 커리어를 버리고 일본으로 주재원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가 정착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3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남편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두 아이와 살게 된 이야기... 


지금껏 몰랐던 우리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때론 웃다가, 때론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도 글썽이며 “잘 살아왔다고. 또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마음과 마음이 오갔다. "삶이란 살아내는 것! 우리 모두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왕이면 어차피 써야 할 나의 책 한 권!  멋지고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고 싶다. 또 십 년쯤 지난 어느 날 지금의 이 시간 또한 “잘 살았다.”라고 토닥여주고 싶다. 






낭독도 '꾸준'이 답인 것 같다.

낭독도 그냥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내는 삶처럼.

그저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놓고, 힘을 빼고.







http://naver.me/GPBEX32P







매거진의 이전글 그지같아도괜찮아! 우당탕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