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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Mar 29. 2022

낭독도 예술이었다

낭독도 예술이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다지 책을 가까이해 온 사람이 아니다. 학창 시절에도 과제 제출을 위해,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읽었던 사람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더욱더 책과 멀어졌다. 책을 읽을 필요를 느낄 시간조차 없이, 날마다 반복되는 스케줄에 따라 바쁘게 살았다. 그동안 내가 계획하는 작고 큰 목표들을 이루어가며 사는 것에 만족했다. 그러나 코비드 19가 가져온 정지된 일상은 치닫기만 하던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제대로 된 ‘쉼’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를 보았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에게 다가온 상황을 잊고 집중할 수 있었다. 전혀 몰랐던 디지털 세계도 만났다. 창피하지만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가끔 사용하던 카카오톡만이 유일한 나의 SNS였다. 세상을 알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었다. 나의 욕심에 발동이 걸려 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었다. 나에겐 ‘빨리’, 그리고 ‘많이’가 더 중요했다. 그러니 속독, 다독을 하느라 묵독에 신경을 쏟아부었고 시간이 더 많이 걸릴게 뻔한 ‘낭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독에 투자한 시간만큼 나의 머릿속엔, 또 가슴속엔 깊이 새긴 문장들이나 감동이 남아있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낭독은 느리지만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낭독은 내가 평생 해온 음악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성우님의 가르침은 음악을 가르치는 나의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

 “포즈~! 다음 문장을 먼저 눈으로 보세요.”

 “낭독하기 전에 내용에 맞게 끊어 읽기와 발음을 체크하세요.”

 “텍스트를 완전히 이해한 나로서 낭독해 보세요.”

 

 나도 찬양대원들에게 찬양을 가르칠 때 말한다.

 “잠깐요~! 가사를 먼저 음미하세요.”

 “쉴 곳에 쉬지 않으면 호흡을 운영할 수 없어요. 쉼도 음악이에요.”

 “가사를 음미하고 노래를 부르세요."



 

낭독과 음악은 둘 다 '말'이다. 둘 다 '노래'이다. 음표와 쉼표, 즉 '소리'와 '쉼'의 조화이다. 특히 '쉼의 적절한 변주는 낭독과 음악에서 필수적이다. 연주자의 마음을 실어 음악을 만들듯이, 낭독도 마음을 담아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 가야 한다. 


낭독은 음악이요, 예술이었다.



왠지 불안할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내면의 나를 찾고 싶을 때,

뭔가 막막하거나 답답할 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내가 읽는 책을 더 깊이 느끼고 싶을 때...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낭독은 따뜻한 친구가 되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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