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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Mar 29. 2022

늘 내편인 든든한 친구

늘 내편인 든든한 친구 


5년 전의 일이다.


펜실베이니아에 살던 동생네 가족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내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사를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울증을 앓아오시던 엄마도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두 딸이 있는 이곳으로 오셨다. 누구보다도 이야기가 잘 통하던 친구 같은 동생을 날마다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너무 멀어 늘 마음뿐이었던 엄마도 옆에 계시니 한시름 걱정을 덜었다. 


우리는 편안한 노후를 함께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아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아온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시기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몇 달 후 우리는 마음에 드는 비즈니스 장소를 찾았고, 공사를 관리하며 진행시켜 줄 수 있는 컨트렉터(contractor : 공사 담당자)도 선정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꿈이었으면 좋았을 큰 사기를 당했고 좀 더 편한 노후는커녕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졌다. 그날부터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


눈뜨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가게로 향해야만 하는 현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캄캄해져야 집으로 돌아오는 삶!

웃고 싶지 않아도 웃음 가면을 써야만 하는 나 자신과의 내적 갈등

버텨야 하기에 아무리 아파도 쉴 수 없는 상황!

가끔은 생각차이로, 성격차이로 부딪히게 되는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고도 싶었지만 뿌리칠 수 없었던 날들!...

 


오로지 가게를 살리기 위해 3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었다. 

너무도 평탄한 일상에 감사하지 못한 벌을 달게 받고 있다고 여기며 버텼다. 3년이란 세월이 나도 모르게 지나갔다. 나를 잊고 오로지 가게를 살리기 위해 일만 했다. 다행히 코로나 상황에서도 숨 가쁘게 뛰어다녀야 할 정도로 비즈니스는 자리를 잡았고, 버겁기만 하던 빚도 거의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예전의 평탄했던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비즈니스가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가족을 떠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낭독을 만났다. 낭독의 힘은 참으로 컸다.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낭독'은 나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화가 나는 마음으로 낭독을 하면 그 '화'가 가라앉었고, 속상한 마음으로 낭독을 하면 따뜻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고, 우울한 마음으로 낭독을 하면 토닥토닥 만져주는 것 같아 편안해질 수 있었다. 비록 피곤하여 갈라진 목소리 일지라도 한결같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았다. 밤마다 만나는 낭독은 늘 내편이 되어주었고, 또한 '새 날'을 맞이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낭독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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