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이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낭독의 매력을 알려준 성우님과 다시 만났다. 좀 더 나의 낭독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 1년 반 전 새벽을 깨우며 만난 낭독과는 또 다른 설렘이었다. 순간 '미치게 좋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당황했다. 쑥스럽기까지 했다.
언제부터인지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살아온 것 같다. 아니 어떤 감정 표현도 절제하며 살다 보니 '감정 표현 불능증' 환자가 되어 있었다. 지난날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참으로 많은 것에 미쳐 살았었던 '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한 때는 운전에 미쳐 무박 2일로 드라이브를 하며 차창 너머로 탁 트인 시야를 즐겼다. 또 요즘 말로 몇몇 친구들과 번개를 하여 숨은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좁디좁은 골목길을, 덜컹거리는 비포장 시골길 운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가 미치게 좋아 비가 내리는 날이면 투두둑 창가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한 잔의 커피와 음악으로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여유를 누렸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세찬 비가 내려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따끈한 호두과자가 생각나면 바로 천안까지 달려가기도 했다.
더운 여름날, 방을 어둡게 만들고 납량특집을 보면서 공포를 즐기면서 스릴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하다못해 클래식 음악에 미쳐 LP 구입에 돈을 펑펑 쓸 때도 있었다.
내가 미치게 좋아하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았었는데 왜 ‘미치게 좋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말을 아끼며 살게 되었을까?
낭독은 나에게 용기를 준다. '좋다!', '참 좋다!'라는 표현을 주저함 없이 말할 수 있는!
낭독으로 나는 나를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예전보다 나를 챙기며 나 자신과의 진정한 대화를 나눈다. 이른 아침마다 들리는 조잘조잘 시끄럽기까지 한 새소리도 반갑다. 거리에 변함없이 늘어서 있는 나무들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그다지 맘에 차지 않는 동생의 모습을 볼 때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 갑질하는 손님들에게도 웃음을 나누어 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도 ‘너무 좋다’, ‘가슴 뭉클하다’ 뿐만 아니라 ‘별로다’라는 말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나는 낭독하는 시간이 미치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