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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Jul 10. 2022

하루하루 하루살이

오늘도 낭독을

눈을 뜨지 못한 채 서로 제 잘났다 조잘거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다. 기다리던 알람 소리를 들었지만 아직도 비몽사몽!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감고 스트레치를 하면서 나의 몸을 깨운다. 거실로 내려와 몇 달 전에 나의 목소리로 녹음해서 만들어놓은 5분 명상,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로 잔잔한 하루의 문을 활짝 연다. 그다음 커피나 녹차 한 잔과 함께 나에게 오롯이 주워진 아침 3시간을 글을 쓰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만끽한다.


두 번째 알람 소리와 함께 나의 본격적인 바깥 생활이 시작된다. 가족 비즈니스 속에서 하루 중 절반 이상을 가족들과 많은 손님들과 정신없이 부대끼며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손님들 구경도 하면서, 분석도 하면서.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손님들은 이번 주에도 왔는지, 한 달에 두어 번 오는 단골손님들은 변함없이 찾아 주었는지, 어떤 손님이 오늘 처음으로 우리 식당을 방문했는지 체크한다. 또한 베지터리언(vegetarian) 손님과 글루텐 프리(gluten free)를 선호하는 손님도 머릿속에 입력시킨다. 또한 테이블마다 어떤 마음, 어떤 모습으로 식사하는지도 유심히 살펴본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딸. 단 둘이 식사하면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며 다정하게 조곤조곤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거한 바비큐 한 상이 아닌 간단히 돌솥밥을 먹는 80대 노부부. 힐머니께 밥을 비벼주며 밝게 웃으시며 사랑을 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서로에게 반찬을 집어주면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잠시 남편과 나의 훗날 이 든 모습도 살짝 그려본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간의 만남으로 화기애애하게 하하 호호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즐겁다. 바비큐를 원하지만 엄마의 반대로 그냥 일반 식사를 하게 되어 뿌루퉁해 있는 아이를 보면 나의 어릴 적 생각이 나기도 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설 때부터 삐쳐있는 아이. 결국 다른 가족들은 맛있게 먹고 있는데 홀로 게임만 하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 외로워 보여 속상하기도 하다.


그 와중에 잠깐 틈이 생기면 나는 곧바로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며 틈새 낭독을 한다. 몸의 많은 비중은 가게에 있지만 마음의 더 큰 비중은 낭독에 있다.  나의 온통 마음은 성우님의 말씀을 새기고 되새기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 잘 오셨어요. 이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해요. 호흡을 덜 써야 해요. 팍! 이 아니라 살짝 '팍'이어야 해요. 버릴 것은 버려가면서 정제해야 해요. 여러 사람에게가 아니라 나에게 들려준다는 느낌으로요. 낭독 부분은 낭독자의 마음이 느껴지기에 제가 굳이 건드릴 부분이 없어요. 멋진 낭독이에요. 그러나 책 한 권을 지금처럼 읽으면 힘들어요. 이젠 녹음 소리에 신경을 써야 해요. 마이크와 밀당하며 사랑해야 해요."


요즘 낭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다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지난 시간의 말씀은 아프기까지 한 깊은 배움이었다. 지적받은 녹음 파일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 반복하여 들어보며 분석한다. 그동안 의식 못했던 나의 문제점을 알았다. 평소에도 나는 성우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평소의 언어 습관이 낭독에도 묻어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절히 느꼈다.


나의 하루하루!  

날마다 마주해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나의 현실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좋아함'의 힘인 것 같다. 나에게 '좋아함'은 낭독이다. 난 정말 낭독과 지독한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좋아함'의 마음은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것 같다. '좋아함'은 열정과 직결된다. '좋아함'은 열정을 키우면 키웠지 식히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열정은 어떠한 고통도 기쁨으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가끔은 부러울 정도로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속상한 마음을 피할 수 없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은 나이를 한탄할 때도 있다. 하루의 반을, 때론 더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싫어질 때도 있다.  또 이 나이에 왜 이러고 있는지까지 나 자신에게 물어도 본다. 그렇지만 역시 그런 나의 약해지려고 하는 마음 또한 늘 붙잡아 주는 것이 낭독이다.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일은 만만치 않다. 쉬운 일은 단 하나도 없다.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유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다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나의 장점이자 특기!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바로 '꾸준함'이다. 비록 느려도 나는 그 꾸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나에겐 '좋아함'이 힘이다. 그리고 '꾸준함'은 더 큰 힘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바라는 대로 안될 때, 남들에 비해 뒤쳐졌다고 생각될 때, 오롯이 '좋아함'의 마음으로, 그리고 하루하루 '꾸준함'으로 버티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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