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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Dec 16. 2022

34불 벌었다!  

나의 수입은 Zero! 


코로나 19로 수입이 완전 zero였다.

동생과 함께 하던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고 나오니 현재 나의 정기적인 수입은 Zero다.  


코로나 전만에도  waiting list가 있을 정도로 많이 했던 피아노 레슨!

아주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5년 만에 나의 자리로 돌아오니 낯선 땅에 착륙한 느낌이다. 한국에서의 정착을 포기하고 이곳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들어왔을 때와 다름없다.



적막이 흐르는 집!


재택근무를 하던 아이들이 다 나가고 덩그러니 혼자 집에 있자니 집안은 온통 적막이 흘렀다. 좋아하는 가야금과 해금 연주에 흠뻑 빠져 실컷 듣기도 하고, 트레드밀과 일립티컬로 운동도 한 후 타이 마사지도 받는다. 안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아이들의 방도 슬그머니 들어가 티 안 나게 훔쳐보기도 하며 피식 웃기도 한다. 그동안 맘껏 하지 못했던 글쓰기와 낭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마음적 여유도 생겼다.  그러나 몇 년 동안 날마다 학수고대하던 자유로운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쓸쓸히 혼밥을 해야 할 때는 외로움의 파도가 세차게 밀려오기도 한다.




잠시 샛길로!


혼자 있는 날이 계속되자 어느 날 나는 용돈이라도 좀 벌어볼까 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전 나의 일상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Indeed(Job Search)' 사이트로 들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훑어보았지만 딱히 마땅한 일자리가 눈에 띄지 않았다.


딩동! 도어 벨이 울렸다. Doordash였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나의 점심이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순간 Doordash? 나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싶었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 윗사람에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는 장점만이 보였다. 책값은 벌 수 있는 소일거리 같아 바로 신청서를 차근차근 작성했다. 보통 하루는 걸리는 background check 도 한 시간쯤 지나 통과되고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알람이 도착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막상 나가려 하니 괜스레 머쓱했다.



내적 갈등


음악인생만 50년! 그리고 코로나로 힘든 가족 비즈니스에 힘을 보태야 했던 5년! 

나의 역할은 바뀌었지만 지금껏 생활비 걱정은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엄마와 동생에게 코로나 전의 '나'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집이 집이 아니라 잠만 자는 숙소로 되어버린 현실이 싫었다. 나의 삶인데도 주인공이 내가 아닌 날들이 싫었다. 수긍은 가지만 늙어서 필요한 것이 돈이라고 늘 말하며 언니는 현실 감각이 없다고 막말을 하는 동생의 잔소리도 달갑지 않았다. 잠시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더 늦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더 이상은 내가 아닌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작은 용기를 내며 혼잣말을 뇌까렸다. 용돈이라도 버는 게 뭐가 어때서!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잠깐씩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뭐가 어때서! 게다가 바깥 경치도 구경할 수도 있는데! 또 직접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전달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쉬운 일조차 창피해하면 어떻게 살아갈 건데!라고. 



왕초짜의 몇 시간 알바 


앱을 다운로드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나의 손이 어느새 'DASH NOW' 버튼을 눌러버려 당황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신속하게 앱은 작동했다. 음식을 픽업하라는 알람이 울렸다. 내가 가끔 가는 식당 'Another Egg Cafe'이었다.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헛웃음도 나왔다. 늘 손님으로 가던 식당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나 싶어 집으로 되돌아가고도 싶었다.  


식당 앞에 도착을 하고 나서도 잠시 머뭇거렸다. 큰 숨을 쉬고 쭈뼛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손님들 모두가 일제히 나를 주시하는 듯해 시선을 어디에 둘 지 몰랐다. 이 왁자지껄한 식당을 어서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계산대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지만 OO가 주문한 음식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무작정 기다리라는 성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당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맑고 드높았다. 살짝 차가운 공기도 상쾌했다. 그러나 멀뚱 거리며 서서 기다려야 하는 20분의 시간은 꽤 길게 느껴졌다.


주문한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기다리겠다고 했다. 첫 딜리버리에 한 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Got It!이라는 글귀가 떠서 보니 $22이 입금되었다. 감사하게도 손님이 원래 주려고 했던 팁 $10 에다가 $12이나 더 준 것이었다.


이왕 나온 김에 한 군데를 더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20분 정도의 거리에 고속도로비도 지불해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팁도 $4밖에 되지 않았다. 경험이 없던 탓에 무조건 OK를 클릭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집 주변에 도착 후 20분 이상을 빙빙 돌아도 주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진땀이 났다. 도착 예정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왜 이리 늦어?' 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전화를 걸어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결국 쓰레기 백을 버리러 나온 아줌마에게 물어 물어 배달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손님이라고 해도 화를 내며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팁을 $8이나 더 주었다. $12이 입금되었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더 큰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금된 액수에 비해 시간과 가스값이 아까와서 집 근처로 오면서 한 군데를 더 해보려고 클릭을 하자마자 셀폰이 먹통이 되었다. 화면이 다 하얗게 변한 상태로 멈춰버렸다. 맵도 메시지도 전화도 다 불가능했다. 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리셋을 하려 해도 리셋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집으로 가는 방향인지 막막했다. 감으로 그저 큰길로 나와 한참을 달렸다. 20분쯤 달렸을까 카운티가 바뀌는 싸인을 보고서야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았다. 유턴~! 한참을 달리자 익숙한 거리의 싸인이 보이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파 밥을 개눈 감추듯 먹고 잠이 들어버렸다. 놀라서 눈을 떠보니 밖은 캄캄한 한밤중이었다. 세 시간 이상을 잔 것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어디 아프냐고 남편과 아이들이 물었다.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하던 일이나 하라고!!



FOCUS ON THE PRESENT! 


다음날 나는 두 가지의 비즈니스 카드를 디자인하고 주문을 했다.

평생 해 온 피아노 레슨! & 삶을 나누며 함께 웃고 울고 낭독하는 북클럽 모집! 


글쓰기 경험이 없는 나의 막글의 성장을 위해 문장 수업도 등록했다.



지금 이 순간에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얼마 전 바라고 바라던 북내레이터 오디션에 통과했기 때문에 책 한 권 녹음을 완성해야 합니다. 

나는 날마다 낭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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