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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Jul 03. 2022

코로나가 울 집에도 I

지난주 일요일 늦은 밤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남편은 물었다.


“우리 타이레놀이나 애드빌 어디 있어?”

“왜?”

“기침이 좀 나고 목이 아파서. 감기가 왔나 봐.”

“코로나에 걸린 것 아냐?”

“아냐. 그냥 가벼운 감기야.”

“어떻게 알아? 자기가 의사도 아닌데.”


한치의 의심도 없이 감기 환자인 양 집안의 이곳저곳을 평소처럼 누비고 다니는 모습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한 번쯤은 코로나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 걸렸을지도 모르니까 가족들이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불쑥 치밀었다. 내 남편이 저런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반응은 민감했다.

큰 아이는 곧바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후 생애 중요한 시험 일정이 잡혀있다고 방에서 자기는 안 나올 테니까 시험 끝날 때까지는 나에게도 자기 화장실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그러고는 거실에 나올 때마다 마스크를 썼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음식이 문 앞에 도착하면 마스크를 쓰고 나와 배달된 누런 봉투만 집어 들고 방으로 쏜살같이 쏙 들어가 버렸다.


작은 아이는 재빨리 아빠의 매트리스를 비어있는 한 방으로 옮기고 결과가 확실해질 때까지 엄마와 한 방을 쓰면 안 된다고 남편에게 말하며 즉각 대처했다. 물 한 박스도 방에 들여다 주면서. 

그때만 해도 남편은 설마 하는 눈치 같았다. 아이들의 행동에 당황하는 듯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 세 식구의 대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편안히 마사지 의사에 앉아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해 나는 전화를 걸어 검사를 받도록 했다.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 Positve였다. 코로나는 우리 집에도 찾아온 것이다. 드디어 우리 집에도!


우리 집은 지금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나는 더 일이 많아졌다. 당장 위층 구석방에 있는 남편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방 앞 테이블 위에 먹을 것과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준다. 남편이 하던 많은 일들 중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나에게 떠넘겨와 있다. 쓰레기도 버리기, 경고를 받지 않도록 눈에 보이는 잡초 제거, 집안 환기 등등.  늘 받아만 먹던 커피도 내려 마셔야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제가 생겼다. 남편이 엄청 좋아하는 커피를 가져다주려고 커피를 내리는데 내릴 수가 없었다.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커피메이커가 망가진 것 같다. 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켜도 작동이 안 되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나는 남편이 싫어하는, 나는 좋아하지만,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듣기 싫은 한소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손은 기계를 망가트리는 손이라고!” 우짜지? 정말 나의 손만 닿으면 망가지는 기계들은 뭐지?


한 소리 들을 것을 생각하면 짜증 나지만 그래도 방안에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든다. 가끔은 부딪혀도. 이것이 함께 살아온 뗼 수 없는 정이란 건가?


어서 빨리 코로나 비상사태에서 벗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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