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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Mar 29. 2022

코로나 덕분에 떠난 '창조여행'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우리 가족의 일상도 상상해 보지도 못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가족 비즈니스를 닫아야 했고, 늘 연주로 바빴던 남편도 집에 머물러야 했고, 대학에 가 있던 아들은 집으로 돌아왔고, 직장생활을 하던 큰 아이도 재택근무를 해야했다. 평생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만으로 살아온 나의 모든 일상 또한 정지되었다. 늘 바쁜 엄마의 역할로부터 반강제적으로 가족들의 세끼를 챙겨야 하는 주부로 변했다.

늘 나의 삶에는 크고 작은 목표들이 있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위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남편에게만 기대어 사는 힘 없는 여자,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전부인 엄마로서만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는 나의 삶과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았다.


모든 것이 정지되어 할 일이 없어 허전하고 우울해하며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내가 속해있던 '꿈공방'이라는 플랫폼에서 '창조여행' 모집 공고를 보았다. '창조'란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늘 학생들의 음악과 나의 음악을 더 잘 만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왔기 때문에 나의 삶은 창조적인 삶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창조'란 말은 나 같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단어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창조여행'은 줄리아 카메룬의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으로 진행되는 12주 워크샵이었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내 안에 어떤 어린아이가 잠자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숙면에 취해서 사는 내면의 그 아이를 깨우고 싶었다. 결국 나는 12주 '창조여행'에 합류했다.

 워크샵 진행중 '동시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줄리아 카메론은 책에서 말한다. "동시성이란 사건들이 우연히 맞물려 일어나는 것으로, 일단 창조성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동시성이 어디서나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라고."


창조여행 중 질투하는 사람들을 나열하고 왜 질투하는지 이유를 쓰는 과제가 있었다. 어릴적 부모님은 나는 피아니스트로서, 동생은 화가로서 성장하길 바라셨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난 피아노만 열심히 쳤다. 그러다보니 그림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에 되었고, 장난으로 그림을 스케치할 때도 '넌 그림 못그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 두려움에 접곤 했었다. 그러나 창조여행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에게도 그림을 한 번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잘 그려보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멋진 디지털 드로잉을 늘 보여주시는 인친 한 분을 지목하면서 질투를 한다고 썼다. 그런데 웬일인가? 서로 이웃으로는 되어있지만 그 분은 전혀 나의 블로그에 방문을 하지 않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나의 블로그를 방문하셨고, 나의 글을 읽으셨다. 영광이라며 감동받았다고 댓글까지 쓰고 가셨다. 며칠 후 본인이 했던 디지털 드로잉 클래스가 곧 오픈하니까 해 보라고까지 알려주시면서 연결을 지어주셨다. 너무도 신기한 동시성의 경험이었다.


또 어느날 우연히 과거의 어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2-3학년 쯤으로 보이는 어린 나의 모습이었다. 짧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더운 여름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와 나는 나무마루위에 나란히 누워서 포도를 뜯어 먹으면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무슨 프로그램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성우님들의 멋진 소리에 빠져들었다. "할머니, 참 좋다. 어떻게 대사를 저렇게 읽어주지? 나도 저럴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던 기억도 났다. 웬일인가? 며칠 후 눈팅만 하고 있던 '낭독클럽' 쳇팅방에서 북나레이터 기초반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았다. 현실 상황에서 약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순간 '아티스트웨이' 책 속의 내용중 저자 '줄리아 카메론'이 말했던 몇 몇 문장들이 떠올랐다.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절대로 물어보지 말라. ...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선택한다. 그러면 '어떻게'는 저절로 계획 속에서 솟아난다." - 줄리아 카메론 -


그리고 줄리아 카메론이 인용한, 괴테가 남긴 문장도 내마음을 두드렸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조건 일단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법과 은총, 그리고 힘을 지니고 있다." - 괴테 -


코로나 덕분에 창조여행 12주씩 두 번을 진행했다. 음악을 생업으로 살다보니 음악적인 아티스트웨이의 삶을 살았을 뿐, 막상 나 자신을 위한 아티스트웨이는 아니었음을 '창조여행'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취미도 없이 사는 건조한 삶이었다. 열심히만 사느라 챙기지 못했던 '나'를 돌아다 보고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동시성이란 우리 삶 속에 정말 존재함을 확실히 느꼈다. 지금 나는 성우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낭독을 즐기고 있다. 시간 부족으로 잠깐 접어두었지만 디지털 드로잉도 배웠었다. 이제부터라도 살아가면서 멋진 취미들을 찾아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취미부자로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다. 소중한 일상 속에서 또 어떤 신기한 동시성을 만나게 되며 살아가게 될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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