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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Nov 20. 2022

5년 만에 김치 담갔어요

코로나 후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큰 아이는 생일이 가까워지면 김치만두 타령이다. 집에서  담은 김치로 만든 찐만두를 먹고 싶어 한다. 다른 선물은 필요 없단다. 순간 나는 귀차니즘과 할머니와의 추억이 오간다.


사실 김치만두는 나의 애호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거주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는 김치만두다운 김치만두를 찾기 힘들어 그야말로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몇 년 전 한국 마켓이 들어왔지만 이것저것 여러 회사의 김치만두를 사다가 찜도 해보고, 튀겨도 보고 , 국도 끓여보았지만 겉포장만 김치만두였다. 기대하는 맛과 거리가 너무 멀어 매번 입맛만 버렸다. 


나에게 김치만두는 어릴 적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음식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만두피를 지금처럼 마켓에서 구입할 수 없었는지 할머니는 직접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하여 묵은 김치를 꺼내어 다지고 고기와 두부 등을 넣은 만두소를 손수 다 만드셨다. 밀대는 할머니가 사용하시고 나는 어디서 인지 빈 병을 찾아와 할머니 옆에 앉아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밀며 얼굴과 옷 등 사방에 밀가루 범벅이 되었다. 너무 얇게 밀어서 다시 뭉쳐 반죽을 해야 할 때도 있었고, 지금의 클레이 공예처럼 밀가루 반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장난감을 탄생시키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또 나만을 위한 만두! 그러니까 큰 만두 하나만 딱 먹겠다고 만두피를 크게 자르기도 했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른 속이 꽉 찬 대왕 만두였다.




그동안 나는 가족 비즈니스에 집중하느라 막상 우리 집 살림은 등한시했다. 그나마 재작년에는 김치를 만들어 파시는 교회 집사님께 김치를 구입해 딸아이에게 만두를 만들어 줄 수 있었지만, 작년에는 맛이 없다고 한소리 들었다. 집사님이 한국에 가 계신지라 어쩔 수없이 마켓에 파는 김치로 대체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할머니가 나에게 만들어 주셨던 소중한 추억의 김치만두를 만들어준다고 선포했다. 그깟 만두가 뭐라고 시간도 좀 났겠다 큰 마음을 먹었다. 큰아이는 Yeah! 한다. 그러나 막상 김치를 담그려고 하니 김치 담그는 법을 잊어버린 듯했다. 막막했다. 김치 담근 지 5년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식성도 많이 변하기도 했고, 우리 부부도 외국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김치 없어도 살 수 있었다.



마켓으로 갔다. 건강한 배추 한 박스를 먼저 골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금, 마늘, 파 등 자동적으로 필요한 재료에 손이 갔다. 집으로 오자마자 배추를 절이고 모든 재료들을 씻었다. 역시 김치 담그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얼마 전 냉장고 정리를 했지만 김치 한 박스를 넣을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물건만 쟁여놓게 되는 냉장고들 조차 처리하고 하나의 냉장고만 사용하고 있는지라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집집마다 한 두 개 있는 김치냉장고도 없이 나는 살아왔다. 이번 기회에 나도 김치냉장고 하나 구입할 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비우고 또 비웠다.


다음 날 배추를 씻는 동안 남편과 큰 아이를 불러 무채 써는 일부터 재료 다듬는 일을 시켰다. 김치 담그는 일이 큰 일이라는 것을 알려줄 겸! ㅋ 함께 김치 속을 만들며 오랜만에 김치로 울 가족은 뭉쳤다. 


올 12월에는 진짜 나의 손으로 만들어진 추억의 김치만두를 선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미소가 지어진다. 


덕분에 그날 저녁은 배추 속을 넣으면서 뜯어 두었던 절인 배춧잎, 김치 속, 게다가 부추 샐러드까지 곁들여 수육으로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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