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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Sep 02. 2022

25센트에서 2달러로!

나는 몰랐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간 것을.


나에게는 색깔이 바란 25센트짜리 동전 모양의 열쇠고리가 하나 있다.

둔탁하고 커서 한 손에 잡기도 편하지 않는!

덕분에 눈에 잘 띄어 잃어버릴 염려가 전혀 없는!

게다가 손 때가 묻어 퀴퀴한 냄새까지 물씬 풍기는!

반짝반짝 빛났던 은색 빛이 추하게 얼룩져 더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낡아서 볼품없어 보이기까지 한 이 열쇠고리의 나이는 16살이다.

16년 전 작은 아이가 워싱턴으로 초등학교 졸업여행을 다녀오면서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 열쇠고리를 보고 있으면 아이와 나 사이에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선물을 건네면서 아이가 신나서 내게 했던 말 때문이다.

“맘, 돈좌지?”라는.


당시 나는 아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되물었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돈좌지'가 뭐야?”라고.


아이는 또다시 이상한 억양으로 말했다.

“맘, 돈좌죠?”


내가 계속 못 알아듣자 아이는 영어로 다시 나에게 말해 주었다.

“Mom! You like money. Aren’t you?”


‘돈좌지?’는 한국어 발음에 어눌한 아들의  ‘돈 좋아하지?’였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멀스멀 나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이의 눈에 돈을 많이 좋아하는 엄마로 왜 비추었지?

나는 돈! 돈! 돈! 한 적은 없는 엄마 같은데…

난 살면서 돈이 먼저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같은 공간에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지만, 아이의 눈에는 돈을 좋아하는, 돈을 버는, 그저 집에서 일하는 엄마였구나.. 등등의 씁쓸한 생각들이 맴돌았다. 




어쩌면 아이의 눈에 비친 그 말 한마디 ‘돈좌지?’ 때문에 지금껏 소중히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싫어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돈좌지'라는 말 한마디를 가슴에 품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선생님이란 본분을 잊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덕분에 감사하게도 아이들도 이곳 미국 땅에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전 아이는 캐나다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면서 2불짜리 새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어머니, 이제 25센트 열쇠고리 버리고 2불짜리 열쇠고리로 바꿔요.”라고 말하면서. 

또렷한 발음은 아니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고 배운 존댓말까지 쓰면서.

낡은 열쇠고리를 가지고 다니는 내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들아, 엄마는 25센트 열쇠고리를 영원히 간직할 거란다.

16년이란 세월을 함께 한 정든 친구라서 이기도 하고.

‘돈좌지’라는 너의 한마디는 내게 너무도 값진 말이라서!

그리고 요즈음 낭독을 하면서 알았단다.

엄마의 소리를 듣고 엄마 자신과 만나며 사는 것이 참 행복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엄마는 낭독을 한단다.

고맙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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