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일정은 늘 안경점

잠실 동생네 집에서 II

by 한희정

큰 아이의 시력은 5살 때부터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해에는 도수가 맞지 않아 두 번이나 맞춰주었던 적도 있다. 그 당시 우리 부부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은 정기적으로 6개월마다 시력검사를 하며 얼마나 더 나빠졌는지 체크하는 것이었다. 몸과 눈의 성장이 균형이 잘 맞지 않아서라며 좀 더 성장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안경점 닥터의 말 한마디만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다. 그 당시에는 유학생 신분이라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험 없이 버텼다. 막연히 시간이 흘러 아이의 나빠지는 시력이 멈추기만을 기도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속상하고 안타깝다. 너무도 무지한 부모였다.


한국에 오면 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안경점 방문이다. 나와 남편도 안경이 필요하지만 특히 딸아이를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한국만큼 압축을 얇게 하지 못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미국과 한국에 사는 우리 가족 모두가 30년 이상 애용한 안경점이 있어 필요할 때마다 아이의 검안 도수를 보내면 일주일 내로 안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다른 새로운 안경점을 찾아야 한다.


마침 동생이 알게 된 안경점이 있다고 했다. 그곳은 주차하기가 너무 힘들기도 하고 10분 정도의 거리니까 걸어가자고 하여 흔쾌히 "그래. 운동도 할 겸 걷자." 했다. 그러나 거리로 나오니 어제 예상했던 폭우가 오늘 내리는 것 같아 10분 걷기가 30분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킷을 입었지만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비는 신발 속까지 스며들어 양말도 젖었다. 오랜만에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걸으니 "정말 나 한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이 문 열자마자 밀려든다고 20분 전부터 도착해 기다렸다. 비를 피해있다가 문 열기 10분 전에 도착한 주인을 보고 재빨리 따라 들어갔다. 역시나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동생말대로 세 팀이나 줄지어 들어왔다. 미국의 안경점은 예약이 필수라 편한데 왜 예약제를 도입하지 않을까?


매장 진열장안에 늘어져 있는 안경을 보니 모르는 한국브랜드들이 엄청 많았다. 미국에 있는 큰 아이가 인터넷으로 한국 안경테를 주문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미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착하다. 디자인도 멋지다. 무엇보다 가벼워서 좋다. 아저씨와 큰 아이의 시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무며 또 한 번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새로운 수술 방법들이 나왔는지 상담을 받아보아야겠다.


큰 아이가 한국에서 주문한 한국 브랜드의 안경테와 색깔이 마음에 든다고 동생은 자기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좋아한다. 동생은 결국 조카와 같은 한국 브랜드의 비슷한 디자인과 색깔로 안경을 맞추었다. 곧이어 나도 여러 안경테를 보다가 같은 브랜드의 선글라스와 안경을 주문했다. 도대체 이 상황을 딸에게 어찌 설명을 할까?


너는 뉴욕에!

이모는 한국에!

엄마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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