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제주 첫째 날

by 한희정

오후 1시 반 김포공항 출발이라 <나의 해방일지> 1화를 시청하고 있었다. 갑자기 동생은 나의 모습을 보더니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머리는 그게 뭐냐고! 좀 잘 만지고 가라고! 입고 있는 블라우스는 더울 테니까 갈아입고 가라고! 미주알고주알 잔소리를 해대던 동생은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덕분에 탑승수속을 마치고 나서도 한 시간가량이 남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1화 시청을 끝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해 잠시 편하게 택시를 탈까 고민했지만 고산리행 버스 102번을 선택했다. 버스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왔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싫지 않았다. 피부에 닿는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은 나를 극히 환영해 주는 듯했다. 버스에 앉아 긴 해안을 따라 암석 가득한 바다를 보니 제주라는 것이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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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짐 꾸리기였지만 캐리어를 끌고 가는 평탄하지 않은 시골길은 약간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차로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순간 괜히 시골로 정했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막상 좀 헤매다가 '빵'이라는 큰 간판이 보였을 때는 반가웠다. 왜냐하면 빵집 3층이 내가 일주일간 머물 숙소였기 때문이다.


서점사장님의 소개로 저녁을 먹기 위해 '비금식당'(제주시 한경면 고산서 1길 98)으로 갔다. 생각보다 쉽게 찾았지만 막상 들어서려니 고민이 되었다. 허름하게 보이는 완전 시골식당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식당으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소개한 이유가 있으려니 하여 쭈뼛쭈뼛 들어섰다. 그런데 내가 구석 테이블에 앉자마자 동네 아저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테이크 아웃하려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들어왔다. 점점 더 어색했다. 나는 지금껏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홀로 여행을 하는 동안 계속되는 혼상에 익숙해져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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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을 위한 메뉴가 별로 없었다. 몸국과 접작뼈국은 이름이 낯설어 패스! 곰탕이나 닭볶음탕은 당기지 않아 패스! 평소 식당에서 잘 시키지 않는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별 기대 없이 주문한 김치찌개는 집밥처럼 개운했다. 테이블에 세팅된 1인을 위한 반찬이 너무 푸짐하여 남길까 봐 슬쩍 걱정이 앞섰지만 먹다 보니 너무 맛있어 거의 다 싹싹 비었다. 배도 채웠겠다 바로 옆에 보이는 하나로 마트에서 물까지 사서 숙소로 들어오니 몸과 마음이 다 부자가 된 듯했다.


무계획이 계획인 설레는 제주 여행은 시작되었다.


2023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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