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리 거리 맛집들 II

by 한희정

9일 동안 고산리란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머무르면서 맛있게 먹었던 동네 맛집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고산로를 산책할 때마다 손님들이 많아 눈길이 가던 곳이 있었다. '옛날'이라는 글씨는 너무도 작아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에 비해 '국수집'이라는 큰 글씨는 확실히 국숫집임을 알려준다. 게다가 눈에 팍팍 튀는 노란색의 현수막에 쓰인 국수의 가격은 다른 주위 식당의 거의 절반이었다.


차귀도를 방문한 날이었다. 숙소로부터 선착장까지 30분, 배를 타고 차귀도에 내려서 1시간, 또 숙소까지 다시 되돌아오는데 30분을 걸었다. 아침도 먹는 듯 마는 듯 급하게 출발한지라 돌아올 때는 몹시 허기가 졌다. 숙소에 도착한 이후 간단히 샤워를 하고 시원한 콩국수가 생각이 나서 옛날 국숫집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다행히 빈 테이블이 하나 있어 앉았다. 콩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가게 안을 둘어보았다. 1인분의 국수량을 보고 놀랐다. 1인분인 보통그릇도 2인분 같았다. 곱빼기는 도전용! 곱빼기 성공자는 가문의 영광이고 인간문화재라는 글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재미있고 독특한 콘셉트의 식당이었다. 다 먹고 나서 그릇도 싱크에 가져다 놓아야 하고 계산도 셀프였다. 내가 먹어 본 최고의 양과 최고의 맛의 콩국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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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리를 떠날 때가 되어 청소를 하고 숙소에 남아있는 음식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곳을 떠나기 전 터득해야 할 과제, 쓰레기 분리 방법을 공부했다. 내가 사는 미국에선 쓰레기 통이 두 개밖에 없다. 종이, 박스, 병은 재활용 쓰레기 통에 넣는다. 그것도 내 판단에 의해! 나머지는 일반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은 쉽지 않다. 동생집에서도 일반쓰레기에 넣었다가 재활용이라고 한 소리 들었다. 특히 음식물 찌꺼기는 미국에서 처럼 갈아버리지 못하는지라 냄새날까 봐 꾸역꾸역 먹어버린 적도 있다. 흐흐.


청소를 마치고, 분리한 쓰레기 백을 들고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클린하우스로 갔다. 순전히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5분 거리를! 고산리의 거리가 왜 이토록 깨끗할까 이해가 갔다. 오는 길에 짬뽕이 갑자기 먹고 싶어 중국집 '차이나리'로 갔다. 해물짬뽕을 시키고 기다리면서 심심하던 차에 차이나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검색했다. '차이나'는 중국을, '리'는 마을을 뜻한다고 하니 내가 간 중국집 이름은 중국마을이다. 하하.


간단한 반찬과 커다란 빈통을 아주머니는 테이블 위에 놓았다. 큰 통을 보는 순간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해물이 나올까 궁금했다. 다 먹고 나니 통 하나가 다 찰 정도로 해물이 많은 짬뽕이었다. 게다가 제주의 음식은 어딜 가도 색깔은 뻘게도 그다지 맵지 않아 좋다. 짜지도 않아 내 입맛에 딱이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을 해물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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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서점 대표님이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내가 안 먹어본 육전메밀막국수를 사주겠다고 돔베막국수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어 비금식당으로 바꿨다. 갈치조림을 먹어보기로 했다. 조림은 보통 2인분 이상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점심때라 조림은 예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고민하다가 접짭뼈국이라는 낯선 음식을 시켰다. 제주도식 돼지갈비탕, 그러니까 돼지 앞다리와 갈비뼈 사이에 있는 접짝뼈라는 특수 부위를 푹 고아낸 것이 접짝뼈국이라 하는데, 본래 제주도에서 혼인 잔치에 신랑과 신부의 상에만 오르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비리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았다. 묵직하면서도 개운했다. 보기보다 뒤끝이 깨끗한 맛이었다. 알고 보니 육수에 메밀가루를 넣어서였다. 대낮에 좋은 사람과 곁들인 제주 한라산 소주도 술술 넘어갔다. (술꾼은 아닙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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