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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독가 한희정 Sep 01. 2023

치매가 시작된 울 엄마

몇 달 전이었다. 정기적인 피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간호원이 엄마의 이름을 묻자 엄마는 엄마의 이름을 바로 대답하지 못하며 당황하는 듯했다. 순간 나도 당황했다. 참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결국 엄마는 내 얼굴을 보더니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의 머릿속이 하해 졌다. 여러 생각이 바쁘게 움직였다. 뭐지? 울 엄마도 치매가 시작되는 것인가? 설마? 아니겠지? 나이 탓이겠지?


엄마는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은 영어로 표현 가능하신 분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영어롤 공부해 시민권 시험도 합격하신 분이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우리와 함께 사신 분이다. 그런데 내가 상상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Primary Doctor에게 연락을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MRI를 찍도록 Neurologist에게 연결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인지라 두 달 이상을 기다렸어야 했다. Emergency환자가 아니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라면 바로 그날 병원으로 달려가서 MRI를 찍고 의사도 만나 상담을 했었을 텐데 이럴 땐 참 답답한 나라다.


다행히 MRI결과는 연로한 나이에 비하면 지극히 정상이라고 결과는 나왔지만 그래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금방 말한 것을 잊어버리고 또 물어보는 엄마를 보면 치매의 시작은 맞는 것 같다. 언제 빠르게 진행될지 모를 뿐이다. 벌써 9월이다. 이른 아침엔 긴 팔 옷을 걸쳐야 할 정도로 선선하다. 곧 추운 겨울도 오겠지. 시간이 흐르고 있음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냥 흐르는 게 아니라 아주 빠르게 하루하루가 간다.


안타까운 마음에 "잘해드려야지."하고 마음먹다가도 막상 만나면 그렇지 못한 내가 싫어지기도 하다. 만나고 돌아설 때마다, 아니 함께 있는 순간에도 "이러면 안 되는데. 너 왜 그래?"라고 마음속으로는 말을 한다. 나는 울 엄마가 85세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아니 받아들이기 싫은가 보다. 하긴 때론 내 나이도 잊고 산다. 나도 곧 엄마의 나이에 이르겠지. 몸과 맘이 건강하게 엄마의 나이에 이르고 싶다.


이때만 해도 울 엄마 참 젊으셨구먼요~

엄마! 자식 사랑이 늘 넘치는 울 엄마!

치매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한국여행 건강히 잘 다녀오시고 웃는 얼굴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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