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케미엘과 아리엘 대천사 (오렌지/ 레드)
by Redsmupet Dec 18. 2020
Keynote : 우리의 존재를 향한 깊은 사랑과 존경심
Affirmation : 나는 진정한 통합의 느낌에 이르렀기에 믿음과 신뢰, 진실로써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난 아침, 첫째 딸 방에 들어갔다.
아침마다 급히 나가느라 축축한 수건이며 속옷이며 이리저리 널려있을게 뻔한 방에 들어가 청소를 할 요량이었다. 이불을 정리하고 방의 꼬락서니를 보면서 압력솥에 압력이 차오르듯 점점 무언가 안에서 밀고 올라왔다.
아뿔싸! 어쩌자고 이 아침에 얘 방에 들어왔을까!!
때늦은 후회였다. 이미 내 마음은 평정심을 잃고 미친년 널뛰듯 요동치고 있었다. 입에서는 연신 "미친년"소리가 만트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 말자~ 안돼! 그만하자 제발!!!
하지만 내 손은 책상 서랍을 열고야 말았다.
미친년!!!!!!!!!!!!!!!
내가 목격한 건 책상 서랍에 가득한 마스크였다. 요새 부모의 모든 말이 잔소리로 들리는 큰 딸. 집에 오면 마스크 먼저 벗어서 끈을 자른 후 쓰레기통에 버리고 손 깨끗이 씻으라고 몇 번 말했었는데, 그 말 역시 듣기 싫은 잔소리였나 보다. 매일매일 한 장도 빠짐없이 자신이 쓴 마스크를 모아놓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것 마냥 마스크를 책상 서랍에 모아 두고 있었다.
아침 명상 먼저 하고 들어올걸.
화가 났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얘가 방을 이 꼬락서니로 해놓고 사는 걸까? 내가 얘를 잘못 키우고 있는 건가? 부모 노릇을 못하고 있는 건가? 애한테 문제가 있는 거면 어쩌지?
별별 생각이 그 짧은 순간에 머리를 휘저었다. 그 짧은 순간 드라마를 몇 편은 쓴 것 같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장르로.
일단 아침 명상을 하자!
감정이 이렇게 들끓는데 명상은 무슨 얼어 죽을!
그래도 명상을 하면 좀 괜찮아지겠지~
이런 상황에 명상한다고 앉아있는 게 더 웃겨!
두 마음이 싸웠다.
일단 오늘 내 눈에 들어오는 컬러가 어떤 건지나 보자.
바틀장으로 갔다.
오렌지와 레드,
그래~ 지금 나는 상처 받았어, 딸에게.
화도 나지, 딸에게!
음악 속에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너 지금 뭐하냐?
내 안에서 들려온 말.
화가 난 건 아침부터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상이었다. 너무나 금방 깨져버리는 내 마음의 평온이었다. 요새 좀 마음이 출렁이지 않길래 고요하길래 내가 뭐라도 된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좀 우쭐했던 것 같다. 그런데 겨우 이만큼에도 출렁이잖아, 겨우 이것 가지고 안달복달하잖아, 짜증이 나잖아. 딸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그런 나에게 화가 났던 거다.
이렇게 감정이 흔들려도 되는 거야?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내 감정은 어때야 한다는 나의 생각.
정신이 퍼뜩 났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매일 아침 명상을 하는 사람, 새롭게 만든 나의 페르소나가 나를 새로운 감옥에 가두고 있었다.
당연히 감정은 출렁이지! 흔들리는 거지!
정신 차려!!!!!
그래, 정신 차리고 딸을 만나자.
사춘기라도 이 방은 아니야. 이건 사람의 방이 아니잖아? 지금 너의 전두엽이 잠시 사람의 것이 아니어도 이건 아니야. 학교에서 오기만 해 봐!
우리 강아지~ 넌 오늘 나랑 긴 대화를 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