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일 월요일
사미엘 대천사 (올리브 그린/ 딥 마젠타)
Keynote : 오! 삶이며, 그곳에서 우리는 내면의 희망을 위한 새로운 시작과 삶의 새로운 기초를 발견할 것입니다.
Affirmation : 나는 나의 신념과 이상을 재평가합니다. 그리고 삶의 조건 한가운데서 새로운 희망감을 봅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차력쇼를 해도 되겠어!
며칠 전 명상을 하던 도중에 올리브 그린이 담긴 바틀의 뚜껑이 "쩍!" 소리를 내며 깨졌다. 한두 번이 아니라 이제 놀라지는 않는다. 다만 깨지는 게 아까울 뿐.
'공명'이라는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그렇게 매번 제 몸 깨뜨려가며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되는데, 나의 바틀은 내 믿음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믿음'이라는 단어를 쓰니 왠지 교주라도 된 기분이다. 언제부턴가 '믿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사이비'라는 말도 따라 올라왔다. 믿음을 가장한 가짜들을 많이 봐서일까? 사이비가 많아진 세상에 그럴 만도 하지만 좀 서글퍼지기도 한다. 어쩌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그런 신세가 되었는지.
잠시 딴 길로 셌다. 아무튼 바틀이 그렇게 강렬하게 말해주지 않아도 나는 공명현상을 믿는다. 아니 그건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어나지 말라한다고 안 일어나고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나는 인위적인 게 아니라 일어날만하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세계가 신기할 뿐 신기함이 그걸 부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공명현상, 파장이 같은 소리굽쇠 두 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뜨려놓고 소리굽쇠 하나만 '땡' 소리가 나도록 친다. 잠시 후 한참 진동하며 소리를 내는 소리굽쇠 옆, 건드리지도 않은 소리굽쇠도 울리기 시작한다. 같은 파장을 공유하는 물질끼리 따라 울리는 현상,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 현상이 예상치 못한 곳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어날 때 그 일은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마법이라 믿고 싶어 진다. 마법이라면 왠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의 의지로는 안될 것 같은 일이 마법처럼 나에게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아서.
그런데 올리브 그린 빛깔이 담긴 바틀이 깨졌을 땐 좀 찝찝했다. 오라소마에서 올리브 그린 컬러는 '쓰디씀을 겪다'라는 키워드를 가지기 때문이었다. 뭘 또 겪어? 싫어!! 왜 하필이면 지금 올리브 그린의 파장이 나와 공명하는 거지?
며칠이 지난 오늘 아침, 문득 올리브 그린이 담긴 다른 바틀은 무사한지 궁금해졌다. '사마엘 대천사'라는 이름을 가진 바틀, 올리브 그린 밑에 딥마제타 빛깔을 담고 있는 102번 바틀 뚜껑에 금이 가 있는 걸 발견했다.
이번 바틀 작업은 올리브 그린이다!
결정하고 나서도 찝찝하고 겁이 났다. 찝찝함과 두려움이라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느낌이 지금 내 안에서 제법 잘 어우러지고 있다.
일단 올리브 그린과 딥 마젠타 음악을 틀자. 그리고 눈을 감는 거야.
라핑 폭포 Laughing Falls가 떠올랐다. 캐나다 로키산맥을 따라 한 달간 캠핑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타카카우 폭포가 있는 캠핑장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 도착한 캠핑장, 캠핑 사이트는 이미 만석이었다. 캠핑 이외에 다른 숙박 장소를 알아보지 못한 우리는 당황했다. 산 쪽으로 저 멀리 캠핑장 표지판이 보였다. Laghing Falls에 캠핑 사이트가 있다는 표지였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말 그대로 '사이트'만 있는 곳이었다. 캠핑을 하도록 허가된 평평한 땅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 곰이 출몰하는 위험한 곳이라고 겁주는 사람도 있었다. 혼자라면 괜찮겠는데 그때는 아직 한참 꼬마였던 두 아이가 있었다. 해는 지고 있고 잠잘 곳은 없고 난감했다.
무슨 생각에서였을까, 내가 그곳이 캠핑할만한 곳인지 확인해보고 오겠다고 말했다. 짐과 아이들을 여행자 쉼터에 남겨두고 작은 텐트 하나만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드디어 폭포가 보이고 캠핑 사이트 표지판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텐트를 치고 다시 산을 내려왔다. 저녁이었다. 하룻밤 잘 수 있는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다 함께 산을 올랐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내가 치고 내려온 텐트가 보였다. 다행히 그 옆에 다른 이들의 텐트가 두세 개 더 있었다. 얼른 남은 텐트를 치고 텐트마다 곰 스프레이를 두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폭포 소리에 눈을 떴다. 텐트를 정리하고 내려오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도대체 내가 어제 오후에 얼마나 되는 산길을 그 짧은 시간에 오르락내리락한 거지?
어이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이 두 시간 넘게 걸리니 어제 일이 진짜였는지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그 힘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올리브 그린을 명상하며 떠오른 경험, 그때의 그 쾌감. 그건 본능적으로 행동한 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이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뿌듯함이었다.
인적도 드문 산길, 곰을 만날지도 모를 그 산길을 올라가서 잠잘 곳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마엘 대천사가 하는 말도 기꺼이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 속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고 풀어내라. 그것이 삶의 새로운 희망과 자유,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려는 길이 라핑 폭포로 오르던 그 산길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인적이 드물어 이 길이 맞나 자꾸만 의심하게 되는 길, 부스럭 소리만 나도 곰이 나타나나 무서워 몸이 움츠러들던 그 산길말이다. 하지만 그 길은 나를 목적지로 무사히 데리고 갔다. 지금 내가 들어선 길도 그렇기에 올리브그린이 나와 공명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