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4일 목요일
아즈리얼 대천사 (코랄)
Keynote : 깊은 통찰, 엑스타시, 고양
Affirmation : 사랑의 현실 안에서 호흡할 때 카르마의 속박이 풀리게 됩니다.
어제저녁부터 유난히 빛을 발하던 코랄빛이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저 코랄빛 때문이었을까? 어제 꿈이 아침까지 지독한 기분으로 남아있었다.
꿈에서 나는 우편물 하나를 받았다. 백과사전처럼 두껍게 쌓인 봉투들이었다. 맨 위에 있는 봉투에 새빨간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독촉장"
심장이 두근댔다.
난 연체한 게 없는데 웬 독촉장이지?
봉투에서 청구서를 꺼냈다.
지금까지 연체된 금액은 천만 원이 넘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0을 잘못 센 것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청구서에 찍힌 숫자는 천만 원대였다. 청구서 봉투가 백과사전만큼 두껍게 쌓였으니 그럴 수도 있는 걸까? 도대체 이 돈을 어떻게 갚는 담! 눈 앞이 캄캄했다.
어느새 꿈 장면이 바뀌었다. 장소는 여전히 나의 집이었다. 꿈에서 내가 사는 집은 아파트였다. 아주 밝은 아이보리 톤의 공간이었다. 분명히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내 어깨에 제 몸을 의지한 채 앉아있던 남자가 내 가슴에 머리를 파묻는다.
아침에 눈을 뜨고도 기분이 영 찝찝했다.
빚 독촉을 받는 꿈이라니. 또 알 수 없는 그 남자는 뭐람.
코랄 음악을 틀고 눈을 감았다.
그 남자는 내 빚을 덜어줄 나의 그림자구나.
문득 스친 생각.
꿈에서 돈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 지금 나의 영혼이, 나의 그림자가 나에게 독촉하는 건 진짜 돈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일지 몰라.
"나에게 빛을 비춰줘."
내 영혼의 말을 나는 뒷등으로만 듣고 있었던 걸까?
"나에게 너의 온기를 나눠줘."
차가워진 나의 영혼, 나의 그림자를 나의 온기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생각했는데 그건 그저 생각이었을까?
그동안 연체하는 일 없이 차곡차곡 잘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못마땅해하던 세월 동안 쌓인 빚을 충분히 갚고도 남을 만큼 이제는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천만 원이 넘게 연체되어 있는 상태라고?
나에게 천만 원은 아주 큰돈이다. 그러니 나의 영혼이 나에게 천만 원이라는 크기를 제시했겠지? 아마 천만 원이 나에게 별거 아닌 금액이었다면 나의 영혼은 그보다 더 큰 단위를 제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영혼, 나의 그림자는 사채꾼인가?
이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길래 연체된 게 저리도 많단 말이지?
그 남자,
물에 젖은 솜뭉치 마냥 무거운 몸을 나에게 기대던 꿈속의 남자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나를, 나의 그림자를, 나의 영혼을 머리로만 만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꿈에서 내가 그 남자에게 바랬던 건 지식이었거든. 그 남자는 사실 교수였다. 나는 그에게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게 많은데 그는 그냥 내 품에서 쉬고 싶어 했다.
수많은 순간, 그저 내 품에서 쉬고 싶은 나의 영혼을 나는 그리 쉬게 해 줬을까? 아직은 쉴 때가 아니라고 몰아치기만 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저 쉬기만 하는 무기력한 당신을 나는 사랑할 수 없다고.
착각, 이제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생각. 정말 생각뿐인 그 착각에 여전히 연체료가 쌓이고 있는 줄 몰랐던 것일까. 그래서 이 아침이 이다지도 찝찝했는지 모른다.
이 기분에서 벗어나려면 빚을 갚는 수밖에.
실제 내 통장에 천만 원은 없지만, 다행히 나의 영혼, 나의 그림자를 안아줄 나의 에너지는 천만 원 그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쟁여놓고 쓰지 않았던 그 에너지를 이제는 생각이 아닌 진짜 마음으로 쓸 때가 된 것 같다. 집에 빨간딱지가 붙지 않고 독촉장만 온 걸 보면 다행히 아직 많이 늦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