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나는 왜 자꾸만 나를 의심할까?"
풀고 싶은 숙제.
도대체 이 불신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길래 샘물처럼 끊이지 않고 퐁퐁퐁 샘솟는 것이지?
불신지옥이 딴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있네!
오늘도 이 질문 속에 감춰진 나의 욕구에 대해 질문해본다.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지는 이유가 뭐야?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어쩜 그건 단순할지도 몰라.
나를 의심하기 싫어. 누가 뭐래도 나는 나를 믿고 싶어.
그런 나에게 또 질문을 한다.
"왜? 왜 내가 나를 믿고 싶은 건데? 의심 좀 하면서 살 수도 있잖아. 그게 뭐 어때서?"
내가 나를 의심하니까 자꾸 위축되잖아. 싫어. 자신감이라는 걸 나도 좀 갖고 싶단 말이야. 숨 좀 편하게 쉬고 싶어. 너무 흔들려서 어지러울 지경이야.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다면 덜 흔들릴 것 같아. 중심을 잡고 서 있으면 좀 괜찮아질 것 같아. 정신이 좀 차려지면 내 머리에서 무언가 더 창조적인 게 나올 것만 같아. 우물쭈물하다 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 그걸 잡아채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 얼마나 짜릿할까? 그걸 느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 난 그걸 다시 느끼고 싶어. 그 짜릿함, 그 쾌감!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다 고작 된다는 게 고집불통이라니 이건 또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니? 중심을 잡고 싶다는 게 뻣뻣해지고 싶다는 건 아닌데. 유연함을 놓치고 싶진 않아. 유연하지만 항상 중심으로 돌아오고 싶은 거지.
여기까지 생각이 흘러오니 생각이 생각에게 질문을 한다.
"나는 왜 자꾸만 나를 의심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꼭 찾아야만 하는 걸까?"
진짜!
꼭 그 답을 찾아야만 하는 걸까?
만약에 내 대답이 "응, 꼭 찾아야만 해!"라면 나는 그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나를 의심할 것이잖아. 그런데 내 대답이 "아니, 꼭 그 답을 찾아야지만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라면?
가능성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니야?
그리고 사실 저 질문, "나는 왜 자꾸만 나를 의심할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영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렇담 여기서 내가 나와 타협을 좀 하는 게 어때? 언젠가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대신 내가 나를 의심하는 수많은 순간들에 좀 더 민감해지기로 하는 것 어때?
어! 내가 지금 또 나를 못 믿네~ 내가 나를 또 검열하려드네!
이 순간을 전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빨리 알아챌 수 있도록 연습을 해보는 거야. 그 순간을 잡아내면 어떻게 할 거냐고?
STOP!!!
생각이 폭주하기 전에 나를 멈춰 세우는 거야. 그리고 나에게 질문을 하는 거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 생각이 정말 사실이니? 공상이니?"
"타인이 너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라는 그 걱정은 사실이니? 아니면 너의 추측이니?"
나에게 말을 거는 거야. 네거티브를 향해 폭주하려는 나의 생각이 나를 바라보도록, 내 손을 잡고 내 곁에 머물러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유도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