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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smupet Jun 03. 2021

쫄았니?

이런 날에는 이런 향기

요새 아침마다 질문 하나를 던지고 아로마 인사이트 카드를 뽑는다. 그날의 질문에 따라 1장을 뽑을 때도 있고, 3장이나 11장을 뽑을 때도 있다. 타로카드처럼 배열하고 해석하는 방식이지만, 카드의 내용이 다르다. 아로마 인사이트 카드에 담긴 내용은 '감정'이다. 질문을 던지고 카드를 뽑으며 내가 얻고자 하는 건 예언이 아니라 내 마음, 내 감정을 알아채는 것이다.


감정과 생각이 따로 노는 것 같지만 나의 생각은 대부분 감정의 노예로 지낸다. 생각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보면 생각의 힘이 매번 감정의 힘에 밀린다. 나만 그럴까? 아무튼 나는 그렇다!

그래서 아침마다 마음에게 안부를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너는 어떤 감정의 조합이니?"


오늘 아침 내 마음은 "메이창"이란다.

메이창은 녹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하는 오일이다. 농후한 레몬향을 풍기는 메이창 오일에는 다량의 알데하이드 성분이 들어있다. 알데하이드는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성분이기도 하지만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카렌 오스본과 함께 아로마 인사이트 카드를 만든 제니퍼 제퍼리는 <직관적인 아로마세러피를 위한 아로마세러피 인사이트 카드> 책자에서 메이창 오일의 키워드를 "자극 stimulating"이라고 소개한다.


감정의 상태를 말할 때 '자극'이란 어떤 상태일까? 우리말에서 '자극'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뜻을 아우르는 폭넓은 용도로 쓰인다. "나 자극하지 마!"라고 할 때 '자극'은 부정적인 의미로 '스트레스'와 다를 바 없는 뜻일 테다. 반면 "자극이 필요해"라고 말할 때의 '자극'은 요새 말로 '텐션을 높여주는' 촉발제에 가깝다. 아로마 인사이트 카드가 말하는 '자극'도 바로 이런 의미이다. 움츠러들거나 처진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해주는 그런 자극!


오늘 아침 나에게 그런 자극이 필요하다고? 아침부터 활력을 불어넣어 줄게 필요하다는 건 지금 내 안에 활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겠지? 무엇이 내 활력을 가져가 버렸을까?

쫄아서 쪼그라든 마음, 그게 내 활력을 빨아먹고 있었던 것 같다.

요새 난 쭈그리다. 향기가 좋아서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되어 놓고서, 향기로 감정을 이야기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걱정한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볼까 봐, '도를 아십니까"류의 사람이나 '다단계 사기꾼'으로 볼까 봐 겁이 난다. 엎친데 덮친다는 말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겠지? 하필이면 이럴 때 보게 되는 뉴스가 에센셜 오일 사기 사건이다. 에센셜 오일로 만든 제품이 병을 낫게 해 준다며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업체가 떡 하니 뉴스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나도 저런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구겨진 종이처럼 쪼그라든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하필이면 지금 아로마 상담을 받으러 오겠다는 전화였다. 

'무서운데,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데 어쩌지?'


쪼그라진 마음이 펴질 새도 없이 그 전화의 주인공이 집으로 찾아왔다. 

'아로마세러피를 경험하겠다고 손수 찾아와 놓고서 그런 눈빛은 뭔가요? 무섭잖아요.' 

그녀가 발사하는 경계의 눈초리를 피해볼 요량으로 나의 마음 앞에 두꺼운 방패를 세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에게 아로마세러피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설명이라기보다는 방어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가 아로마세러피를 선택한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


"이건 몸이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에요. 아로마 상담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본질적으로 보자면 이건 심리상담이라기보다는 아로마세러피예요. 우리가 이걸 통해 할 수 있는 건 전환하고 싶은 감정을 이 카드와 에센셜 오일의 도움으로 전환시키는 것, 그리고 만약 한 달에서 서너 달 사이에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에 방해가 되는 감정과 도움이 되는 감정을 살펴보고 그 부분에서 에센셜 오일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찾아서 적용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어요.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전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외부 상황이 혹은 누군가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요. 그리고 여기서 에센셜 오일을 쓴다고 해서 이 오일에만 의존하면 안 돼요. 처음에는 감정을 전환시켜주는데 에센셜 오일의 도움을 받겠지만 이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오일이 없어도 스스로 감정을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거예요. 제 목표는 그것입니다. 어떤 도구도 없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돌볼 수 있는 힘을 찾게 되는 것이요!"


다행히 그녀는 자신이 뽑은 아로마 인사이트 카드의 감정 키워드를 확인하면서 에센셜 오일의 향을 맡는 동안 경계를 풀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한 질문에 대해 카드의 도움으로 스스로 답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렇게 좋은 걸 왜 그동안 당당하게 알리지 못했을까?'


그녀 덕분에 내 마음 앞에 세워뒀던 방패를 내려놓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내 마음이 메이창을 집어 든 걸 보니 아직 그 방패를 버리지는 못하고 있나 보다. 미련이 남은 거지.


'다른 사람은 다를지도 모르잖아? 나를 또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한쪽으로 휘어진 마음이 다시 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걸까? 이놈의 관성이란, 참 얄궂다. 

베이스 오일에 메이창 오일을 희석해서 가슴에 발라줬다. 

엄마 손은 약손, 우리 아기 배는 똥배~

내 손이 엄마 손 마냥 내 가슴을 쓸어준다.

메이창 오일이 충전해준 활력 덕분일까? 쪼그라진 마음이 슬쩍 펴진다.











<Reference>

제니퍼 제퍼리 글, 카렌 오스본 그림, <직관적 아로마테라피를 위한 아로마테라피 인사이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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