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그린/마젠타)
은근한 호기심과 무관심이 뒤섞인 시선이 좋다.
금세 휘발되어버리는 가벼움이 좋다.
끈적끈적한 일상의 시선이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무거운 날이면 가방을 쌌다.
처음엔 하루면 충분했다.
그다음에는 며칠이 필요했다.
어느새 한 달짜리 여행으로도 부족해졌다.
특별한 여행지여서 돌아오기 싫었던 게 아니다.
일상의 시선 속으로 돌아오는 게 무서웠던 거지.
그 무거움이 버거웠던 거지.
그러다 문득,
나의 시선은 다른가?
시선이 닿는 곳마다 나도 덕지덕지 풀칠을 하잖아.
수많은 관념들, 생각들, 판단들, 감정들
그걸 다 붙여놓겠다고 덕지덕지 풀칠을 하잖아.
다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서도
나의 시선이 끈적끈적해지지 않는다면
이건 귀환이 아니라 환승일지도 몰라.
돌아오는 비행기,
공항에 발을 딛고 돌돌돌 캐리어를 끌면서 항상 하던 생각, 싫어!
입국장 말고 환승장으로 가고 싶은 충동,
문제는 끈적끈적한 나의 시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