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했을 뿐이다
밝히기 위해
애써 분칠 하지 않았다
다만 때를 닦아냈을 뿐이다
거울을 들어
그 빛남을 보지 않았고
빛을 받았을 뿐이다
받은 만큼 되돌렸을 뿐이다
빛이 커질수록
때가 싫어
밝아진 허물을
더 꼼꼼히 씻어냈을 뿐이다
목을 빼 기웃거려
닮으려 하지 않았고
목에 낀 때를
정성껏 닦았을 뿐이다
빛남도 모른 채
밝히기 위해 따로
색칠하지 않았고
깨끗이 세수를 했을 뿐이다
물만 먹고 가지 않고
단지 깨끔히 세수를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