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해냈다

by 들숨

아끼던 옷이었는데

참 많이도 바랬다

그동안 꿋꿋이 버텼는데

색깔들 많이도 바랬다

바람도 햇볕도 별반 다르지 않고

어떤 기미도 조짐도 없었는데

참 많이도 바랬다


그렇다면 지난날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그것들 모두 허상이었다는 말인가

지나면 잊히는, 시간이 그토록 숨기려 했던

그의 비밀스러운 처방전말이다

하루아침 일이다

바뀐 오늘에 순응하고 미소 짓는

참 많이도 변했다


퇴근길 세탁소를 지나는데

괜찮으세요 우리 아이가 글쎄

아저씨 색깔이 너무 어두워 무섭다고

몰래 탈색제를 넣었다는데.. 어떡하죠


보기에 좋다고들 한다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가 그랬다

아이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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