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이다.
몇 편 안 되는 글 목록이 갑자기 최근에 올린 스무 편만 보인다.
지난 글들이 목록에서 사라졌다.
다른 작가님 브런치 글도 마찬가지로 스무 편만 보인다.
그래도 브런치북을 통해 모두 볼 수 있었다.
브런치북이 없는 나는?
브런치북을 만들지 않아서 그러나 싶어
부랴부랴 오토바이를 달려 버스에 올라
먼 길 돌아 돌아 관공서 구석진 곳에
달랑 컴퓨터 하나 있는 먼지 쌓인 의자를 닦는다.
무슨 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소파는 많은데 컴퓨터는 달랑 하나라니..
사실 나 말고 누가 이런 곳을 찾겠는가.
혹시 안되면 어쩌지? 힘들게 왔는데.. 떨리는 손으로
딸깍, 우와 다행히 화면이 켜진다.
이제 브런치를 찾아야 해. 찾아야 하는데.. 더듬더듬
비읍이 어디에 있지?
이십 년만이다.
그러니 모두 등을 돌릴 만도 하지.
누가 자판의 배열을 몰래 바꿔 놓은 것처럼
한때 건방졌던 손가락들이 꼼짝 못 하고 얼어붙는다.
그동안 컴퓨터 없이도 아무 불편함이 없었는데
브런치에 글 쓸 욕심에 카카오도 처음 가입했는데
브런치 너 참으로 대단하다.
나를 이곳까지 끌어내다니, 내 욕심이 컸겠지만 네가 해냈다.
살아있는 검지의 도움으로 브런치를 열고
열면 또 뭐 하겠는가
이리저리 헤매느라 집 나온 지 반나절이 훌쩍 지나
브런치북 두 개 만들고 쓰러진다.
휴대폰으로만 보다 막상 컴퓨터 화면으로 글을 보니
분명 내 글인데도 어색하고 행 바꿈도 말이 아니다.
얼마나 웃었을까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하는 순간 이게 또 무슨 일인가
분명 오전만 해도 스무 편만 보였는데 마흔여섯 편 모두 다 보인다.
브런치북을 만들지 않는다고 일부러?
아닐 것이고, 허접하게라도 만들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덕분에 더 이상 브런치북 만들라는
알림도 오지 않을 거고, 떡본 김에 응모라는 것도 경험해 보고
이십 년 만에 자판의 감촉도 느껴 봤고.
다 좋았는데
브런치북을 뒤적이다 완독률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씁쓸하다. 이해를 해야 한다.
여남은 분들만 만나다 보니 모두 나처럼 완독 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 아닌 무지였더라.
보니, 몇백 명 되는 구독자들 챙기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동안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사실 서운함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찾아 가지도 갈 능력도 없는 맛집들
쫓기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기억 속에 무겁게 담아 두지 않아도 됐으니.
먼저 찾아주고 반갑게 맞아 주는 가까운 맛집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일깨워준 완독률과의 첫 만남!
초면에 실망은 했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타고난 철없는 상상을 한다. 스치는 만남이 아니었으면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면
타인의 소중한 품을 함부로 앗아서는 안된다는 것.
가벼운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는 것.
라이킷 수가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라는 순진한 바람을 갖는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응? 일 터지면 어쩌려고?
타고났나고 하잖아요!
근데요
걱정인 것이 연재를 마치면
휴대폰에서도 발행이 가능한 건지
반드시 pc에서만 발행해야 하는 건지
먼 길을 다시 나서야 하는 건지
매거진은 뭐고 멤버십은 또 뭔지
왜 짜증이 폴폴 올라오십니까?
그러니
혹시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계신가요?
한 분은 쯤 계실 거라 믿고 낮게 속삭입니다.
한숨만 쉬지 마시고 댓글로 속 시원하게 답 좀 해주세요!
바쁘시더라도 꼭 하셔야 합니다.
답하기 싫으시면
인정 있는 척 너그러운 척 점이라도 하나 찍고 가세요.
누가 압니까?-사기꾼 냄새 풀풀~
쥐뿔도 없으면서.
그래도 누가 압니까?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