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한 달이다

2025.10.4 '[짧은 글] 시간 있을 때 2'_옮긴 글

by 들숨

글을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이다. 고마운 일이다.

안에 갇혀 있던 생각들의 불만이 컸다.

대부분은 떠났고, 남아있는 것 또한 가물가물 하다.

앞으로의 생각이 뒤섞이지 않고 차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쏟아내야 했다.

여러 여건들이 만만치 않다.

휴대폰 하나로 감당할 일이 아니었지만

무모하게 꺼내주기로 이미 약속해 버렸다.

유심사태로 미안하다고..

몇 달 동안이지만 데이터는 충분하다.

문제는 나는 배가 고파 나섰고 보너스도 많이 받았는데

가게가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

열어도 반짝하고 닫히는, 그래서 문 앞에 죽치고 앉아 기다려 보기도,

시간을 정해두고 혹시 오픈? 아니 매번 클로즈다.

오늘도 나의 브런치는 후다닥이다.

그래도 고마운 일이다. 모두에게 모든 것이..


밥을 짓는다.

직접 농사지은 재료만 쓰다 보니

밥상이 단출하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다른 곳에서 따로 사 오지 않는다.

직접 짓지 않았으니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맛은 만들어지지 않고 그 재료 속에서 우러나오기에

이것저것 섞어 감별위원만 찾아낼 수 있는 맛은 그냥 싫다.

고민하지 않아도 재료가 품은 고유한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어려운 향신료는 자제하고 차림도 꾸미지 않았다.

밥 짓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았다.

학원에 가지 않았고 당선 경력도 수료증도 없다.

메뉴북도 없고 개업 사실도 알리지 않아

다행히 실력을 들키지 않고 버티고 있다.

초라한 벽에 띄엄띄엄한 라이킷 흔적이 지워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메뉴북을 만들고 싶은데 인테리어 사무실이 너무 멀다.


어색한 타인의 호흡 대신 자연스러운 버릇을 고집한다.

어차피 버티지 못하고 질식할 터.

몸에 어울리지 않은 옷으로는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치명적인 버릇을 타고났다.


같은 호흡, 닮은 입맛을 위해 밥을 짓는다.

손님의 얼굴은 보지 않는다.

다만 나서는 뒷모습을 오래 지켜볼 뿐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기쁘고 고맙고 미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