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계약서를 쓰자

by 들숨

본디 내가 죽든

나라고 우기는 내가 죽든

하나는 살아야 하기에

엉켜 숨 막혀 죽을 수 없기에

살아 이어져야 하기에

누가 죽을지 계약서를 쓰자


시도 때도 없이

내가 나의 나를 기망하고 갉아먹고

허락 없이 낯빛의 혈색을 바꿔가는

나와 나라고 불리는 나를 위해

나의 나를 살리기 위해 계약서를 쓰자


숨겨진 나와 숨긴 나의

은닉된 주인을 찾아

분리[分離]에서 불안한 우리의 해방을 위해

유기된 나를 찾기로

계약서를 쓰자


쓰고 썼지만

누가 언제 썼는지도 모호하고

시간이 지우고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보였고 보았으니


그랬구나

탓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알아차렸으니

아직 그 흔적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다시 지워질 다시 쓰일 그래서

조금 깊이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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