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뽑혀간 자리
푸석한 빈 손이 시리다
파헤쳐도 쓸만한 가을을 찾을 수 없다
시든 껍질들 사이로
무거운 겨울이 스멀거린다
가을이 베어나간 자리
헐렁한 주머니가 서늘하다
뒤집어 털어도 죽은 가을만 쏟아져 내린다
비틀린 쭉정이들 틈으로
무르익은 겨울이 차가운 냉기를 날름거린다
가을이 쓰러진 자리
무너진 벽 아래
가을을 상실한 헐벗은 그가 비틀거린다
왜소한 가을이 달려든 겨울에 밀려 자빠진다
겨울에 휘감겨 머리까지 무릅쓴 기근에
남루한 가을 바닥
마른 그가 으슬으슬 푸른 신음을 토한다
봄에 사는 자, 설명을 거부하는 자
엎어진 그의 가을을 흘겨 지나친다
봄을, 사계[四季]를 꿈꾸는 자
품 속에 설명하지 못한 죽은 가을을 박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