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답

by 들숨

지각[遲刻]한 걸 지각[知覺]했다니, 좋네


주어진 문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답도 썩 내키지 않고?


그럼, 학교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 내보냈어요

부모님은 왜 내보냈을까?

어느 해 부모님의 밤이 무척 혼돈스럽고 길었데요


알겠네. 기왕 나왔으니 졸업도 해야 하고

하니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출문제나 선배들 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네가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답이 따로 있는가?


알려주게나 어떤 답인지

즐거워야 할 졸업식장을 나서는 선배들 안색이

꼴등이나 일등이나 하나같이 모두가 어두웠어요

아무리 하얀 꽃잎을 뿌려도 밝아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웃으며 나가려고요

어떻게? 모두가 탐닉하는 기출문제를 버리고

제 스스로 문제를 내고 답을 정하려고요

학교가 싫어할 텐데 따돌려지는 게 두렵지 않나?


바라는 바입니다. 그래?

그럼 들어나 보세 문제는 뭐고 답은 또 어떤지

기출문제에 있는 것들 빼고 모두 다입니다

모두 다라니?


왜? 다니며,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등등

의문으로 시작되는 것들을 뺀 모두요

그렇다면 답은?

선생님, 문제가 없는데 답이 어떻게 있어요


험난한 학교 생활을 어떻게 헤쳐나가려고?

혼돈의 긴 밤 부모님들 품마다 별이 깃들었데요

모양도 크기도 각각 다른 별을 학교에 내보냈는데

해가 지날수록 별들이 빛을 잃고 모래가 됐데요


왜? 기출문제 때문이죠 자신의 소중한 빛을 꺼내

문제마다 별표를 새기느라 남아나지 않았어요

자네 빛은 어떤가? 아직 남아 있나?

어디에? 처음 깃든 그 자리요


왜 꺼내 쓰지 않고? 제 길을 찾는데 밝히려고요

길이 수없이 많았을 텐데 그래 길은 찾았는가?

제 별과 어울리는 길은 하나뿐인걸요

아무도 가지 않아 몹시 배고프고 꽤 험난할 텐데?


제 별이 무척 기뻐해요 맨날 넘어지고 다쳐도

모양도 크기도 맞으니 어색하지 않고 좋데요

여기 핏자국, 오늘도 오다가 넘어졌어요

옆에 잘 닦인 쉽고 편안한 길이 보였을 텐데?


제 별이 싫데요 모든 별들이 섞여 빛을 잃고

숨겨진 오물이 쓰레기가 너무 많아 싫데요


외롭지 않은가? 한 눈 팔면 안 되는 길이에요

찾아야 할 게 너무 많아 외로워할 시간이 없어요

아마 졸업식 날도 지각[遲刻]할지 몰라요

졸업식 날까지?


그래서 매번 지각[遲刻]을 했고

도시락이 없어 홀로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언 수도꼭지를 붙들고 손등이 터져도 놓지 않는

뜨거운 눈물로 끝내 녹여 배를 긴장시키는 그에게


눈도 함부로 쌓이지 않고 비켜 내리는 건가

이전 11화하늘을 다시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