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by 노란 보석

백수로 지내던 아들이 드디어 취업을 했다.

건축설계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 년 반 만에 원하던 설계 사무실에 취업했다.


재수 후 대학교 합격했을 때만큼 기쁜 것 같다.

그동안 본인이 겪었을 마음고생과 아내와 딸들이 걱정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대학원 논문 통과 후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하는 것보다 조금은 여유를 갖고 그동안 고생하면서 망가진 몸도 좀 만들고 영어 공부도 하기를 바랐다.

졸업 후 한 달쯤 지났을 때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 마음에 꼭 드는 곳이 아니고 조건도 별로라 망설여진다고 했다.

결정은 본인이 할 일이지만 그렇다면 좀 더 일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몸도 좀 더 만들고 여유 있게 더 좋은 곳으로 입사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 결정이 그렇게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아들은 집안 일도 도우면서 여기저기 선배들을 통해서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눈치이나 심적 부담을 느낄까 봐 취업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미국에 사는 큰 딸이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걱정도 하는 눈치이나 그런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일 아닌가.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은 모든 분야가 똑같다.

아내가 걱정할 때마다 나는 인생 백세시대인데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 있게 알아보라고 했다.


헬스클럽에서 몸도 만들었다. 제법 알통도 나오고 근육이 만들어진 것을 보면 대견한 생각이 든다.


사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것을 되돌아보면 너무 일 하나에 매달려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고,

자식들 졸업식도 몇 번 참석해 보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된다.

내 자식들 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중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여유 있게 즐기면서 공부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좀 놀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특히 건축 디자인 전공이라 대학교 때는 5년간 선후배들과 독립 가옥을 얻어 숙식을 함께 하면서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였었다.

대학원 가서도 여유는커녕 더 바쁘게 사는 것 같아 너무도 안쓰러웠었다.


물론 젊으니까 당연히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 청춘을 너무 혹독하게 사는 것 같아 안타깝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피곤에 절어 사는 청춘은 정말 문제가 있다.

아들은 그동안 두 번이나 스트레스성 탈모가 와서 고생한 적이 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는 이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건축설계사무소는 유명한 대형 설계사무소도 있지만 건축사가 차린 소형 사무실에 수명이 근무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설계사무소는 많고 건축설계 전공자는 넘쳐나니 취업도 힘들고 열정 페이라 하여 연봉은 적고 휴일도 없이 밤새우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얼마 전엔 매스컴에서도 이슈가 되었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수요와 공급이 밸런스가 맞지 않으니 저가에 수주해서 운영해야 하고 젊은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며 힘든 청춘을 보낼 수밖에 없다.


건축 설계사무소 중에는 건축사가 운영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는데 건축사가 운영하는 사무소에 일정기간 근무해야 건축사 자격증 시험 기회가 주어진다.

5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3년,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5년의 기간이 필요하단다.

그러니 요즘 건축사가 운영하는 설계 사무소에 취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 설계 사무소는 비교적 쉽게 취업이 가능하나 보수도 낮고 장래성이 낮다.

그런 곳에 취업했던 선배들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설계사가 있는 곳에 가라고 조언한단다.


다행히 설계사무소는 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출근 시간에는 내가 차로 태워 주었다.

집안 식구들은 아들이 잘 적응하는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들도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한 시간도 전에 일찍 가서 문이 열려 있지 않아 기다렸단다.


어렵다고 한다.

제가 배웠던 3D툴이 아닌 다른 것을 써야 해서 어렵단다.

밤새 툴을 공부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잘하려는 마음은 이해되는데 윗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성실하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하다 보면 처음이라 고생은 되겠지만 못할 일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디자인 콘셉트도 아들이 이제까지 배운 것과 사상이 다른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 어렵다고 한다. 그럼 되었다!!

건축 디자인도 일종의 예술인데 다양한 경험이 앞날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끈기가 필요한 것이 직장생활이다.


끈질기게 버텨내고 경험을 쌓으면서 하나하나 나이테를 늘려가야

비로소 역량도 생기고 끝내는 자기 분야에서 일가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그곳 대표님과 소장님은 다른 설계사무소와 경영에 대한 마인드가 남 다른 것 같다.

분위기도 여유가 있고 운영도 다른 곳과 다르게 하시는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도 빠르고, 야구도 함께 보러 가고, 토요일엔 사무소 건물 내에 공연장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시간도 즐긴다고 한다.


급하게 쌓은 탑은 쉽게 무너진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터득했으면 좋겠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했는가.

아니다 너에게는 '인생도 길고 예술도 길다.'

때론 시련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인생을 즐기면서 일한다면 언젠가는 멋진 건축 작품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연습을 열심히 했으니

이제 서서히 날아 보는 거야

너의 꿈을 향해!!




*노란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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