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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Aug 03. 2016

이름

아내는 아침부터 바쁘다.

둘째 딸이 산 후 몸조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짐 싸느라 분주하다. 애 낳고 한 달 하고 일주일 만에 가는 것이다.

딸네 집은 전에 세 들어 살던 아랫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해서 들어간다. 사돈어른이 그 분야 전문가 시라 예쁘게 새집으로 바꾸어 주셨다. 집을 보니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과 손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재료 하나하나가 모두 친환경 재료다. 애기방, 화장실, 주방 구석구석에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손자 이름은 "시완"으로 지었다. 

가족들이 이런저런 이름 후보를 제시하면서 딸과 사위가 고르도록 했다. 2주일이 다 지나도록 이름을 짓지 못해서 태명으로 계속 불렀었다. 태명은 "대빵이"이다. 엄마 아빠 이름에서 한자씩 따왔다는데 재미와 의미도 있고 부르기도 좋았다. 아직은 입에 익어 "시완"이 보다는 "대빵이"로 더 많이 부른다.


나는 자식 셋 이름을 직접 지었다. 

딸 이름은 "초롱"과 "영롱"이다. 


첫 딸은 "고울 "자에 "빛날 "자로 한자도 넣었다. 둘째는 "옥소리 ""빛날 "이다. 며칠을 사전과 옥편을 보며 고심 끝에 지었다. "빛날 "은 "구슬 옥변"에 "용 용"자로 '용'이 여의주를 품었다'는 뜻이다.


내 이름 끝자가 "구슬 옥"자라 연결 지어 "구슬 "이 있는 "빛날 "자를 썼다. 30여 년 전에 "초롱", "영롱"으로 이름을 짓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나는 여자 이니까 아름답고 의미도 있으면서 남들과 달라 쉽게 인식되는 이름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못마땅해하셨다. 아들 낳으면 꼭 돌림자를 넣어 지으라고 몇 번을 당부하셨다.


그래서 아들은 ""자 돌림이라 

"선우"라 지었다. 


""자는 "도울 "자다. '착하게 도우며 살라'는 뜻이다. '스스로를 돕고 남을 도우라'는 뜻을 새겼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나는 이미 부자라는 뜻이 아닌가. 마음으로라도!!


이름 덕분일까, 아들 딸들은 잘 커서 나름 제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딸과 사위가 손자의 이름을 직접 짓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지켜보고 있었다. 

이름을  직접 지어 주는 것도 부모의 자식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함부로 짓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때만 하더라도 사주에 맞추어 소위 사서삼경을 공부한 유식한 사람이 지어 주었다. 내 이름도 그랬다. 집안에 한문 공부를 많이 하신 할아버지가 계셔서 지어주셨다. 내 이름은 같은 이름이 없어 인식성은 좋았으나 ""자가 들어가서 여자 이름 같아 싫었다. 별명도 '따옥이"라고 불려 더 싫었다.


서울 사는 사촌 큰 누나가 사주 공부를 했는데 서울에 이름 잘 짓는 유명한 도사가 둘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은 "백운학"이고 또 한 사람은 "김봉수"라고 했다. 

집안 사촌 형제 21명 이름과 사주를 죄다 적어다 "김봉수"에게 맡겨 문제 있다고 한 이름은 새로 지어 왔다. 


내 새 이름은 "진욱"이었다. 나는 그 이름이 나쁘지 않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새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 아마 내 이름으로 이미 너무 깊이 인식되어 있고 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불러 주지 않아서 일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정식으로 개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그냥 부르기만 그렇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동생은 새 이름 ""이로 불렸다. 


요즘은 인터넷에 사주에 맞추어 이름 지어주는 사이트가 넘쳐난다. 그냥 짓는 게 아니고 부모가 희망하는 이름 후보들을 제시하면 그중에 문제없는 것을 골라주는 방식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똑같은 이름이 많다.


이름 짓는 것도 유행을 따라가는 경향이다. 우리 때는 한 반에 "영자"가 셋이나 있었다. 다 알다시피 ""는 일본식 이름이다. 어머니도 '"자를 쓰셨다. 일본에서 옛날에 여자 이름에 많이 붙였는데 ""로 읽는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쓰지 않는다. "미치꼬", "유끼꼬" 이런 식이다.

우리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이름이 멋지게 나오면 그걸로 지어 주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도 한 반에 같은 이름이 많다고 한다. 


부르기 좋고, 의미 있으면 더욱 좋고, 별명이나 놀림감이 되지 않는 이름이 좋다. 


물론 여자 이름은 예뻐야 한다.


시완이가 제집으로 들어가는 건 둘째 딸 몸조리가 끝나서 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있는 손녀가 오기 때문이다.

  

이름은 "엠마 미나 존스톤"이다. 


지 엄마 아빠가 지었다. 존스톤이 성이다. 한국식 이름 "미나"를 미들네임으로 넣었는데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구청에서 연락이 올때만 "미나"가 있는 걸 확인한다.


"엠마"는 미국 나이로 세 살이다. 너무 예쁘고 깜찍해서 신데렐라 인형을 보는 것 같다. 

매일 점심때쯤은 페이스타임 시간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그때가 저녁 8시다. 저녁 먹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매일 영상 통화를 한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손녀가 나를 부르는 이름은 "하지지"다. 할아버지 발음이 안되어 "하지지"가 되어 버렸다. 

아내는 "인나"다. 어찌 인나가 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인나"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모두 "인나 씨"로 부른다.

외삼촌은 "킁킁"이다.^^  삼촌 발음이 안되어 "킁킁"이 되었지 싶다. 

영롱이 이모는 "엘렁이모"다. 


그래서 우리 집이서는 하지지, 인나, 킁킁, 엘렁이 애칭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단순히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하지 않았는가.


한번뿐인 인생, 자신의 고유 이름을 갖고 살면서 그 이름 석자에 먹칠하지 않고,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이름이 빛나게 노력하며 살 일이다. 


이름이 좋아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빛나게 살아서 이름이 빛나는 것이다!!



* 특히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름을 걸고 

  남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겠지요.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노란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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