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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Sep 30. 2016

황혼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시간에


              황혼


                                                <노란 보석>

그래도 마지막인데 아름답게 끝내려고 해


그런데 왜 붉은색 옷을 입으려고 해?


아직 태우다 남은 열정이 있어 붉은색 옷이 남았어

마지막인데 노랑 모자도 폼나게 쓸 거야

모두가 부러워하게 만들 거야

아끼던 주황색 스카프도 멋지게 둘러야지

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추하게 갈 순 없잖아



오늘도 평범하게 살던데 호들갑이야?


아침에 태어나 온 세상을 골고루 비추며

따뜻한 온기로 만물에 생명 불어넣고

사랑도 싹트게 했으면 됐지

그래도 내가 그리우면  달을 쳐다봐

거기에 내가 손전등 하나 비춰 놓을 게

너무 아쉬워 말고 한밤만 기다려 다시 올게




인생의 반환 점 돌았는데 아름답게 마무리해야지


그런데 왜 글을 쓰려고 해?


열심히 살았지만 글 쓸 만큼 열정은 남았어

남은 인생 멋진 글도 폼나게 쓰고 싶어

모두가 좋아하는 글 쓸 거야

그동안 갈고닦은 사진도 멋지게 찍어야지

인생 열심히 한 바퀴 돌았는데 허무하게 갈 순 없잖아



오늘도 평범하게 살던데 호들갑이야?



아침에 일어나 아름다운 사진 한 장 찍고

멋진 글 써서 브런치에 올리고
소통도 열심히 했으면 됐지
내가 그리우면 브런치를 찾아봐
거기에 내가 멋진 글과 아름다운 사진 올려놓을 게
너무 슬퍼마 행복하게 살다 후회 없이 가면 되니까






저녁나절 바닷가나 산에 올라 일몰과 저녁노을을 바라본 적이 있는지요?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저녁나절 석양 사진을 찍으러 자주 나갑니다.

사람들이 대체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짓는 시간이 그 시간입니다. 석양은 그저 단순히 아름답다! 하는 느낌만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었음을 감사하는 마음도 있고 그날 있었던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반성도 하고 자신에 대해 격려와 칭찬도 합니다


내 성격상 혼자 출사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간은 나만의 시간입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저녁노을의 색과 분위기를 감상하면서 이런저런 사진 찍는 중간중간 상념에 젖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이런 석양이 인생의 황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해는 아름답게 집니다. 

노랗던 해는 주위를 어느 틈엔가 붉은색으로 물들입니다. 바다색도 변하고 햇살이 비치는 부분은 노랗게 빛납니다. 옅은 구름이라도 있는 날에는 그 구름 색이 환상적으로 변합니다. 구름은 한 곳에 있지 않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밀려납니다. 마지막을 정말 멋지게 남김없이 불태웁니다. 

구름이 없는 맑은 날 해가 수평선 너머로 넘어갈 때는 오메가 현상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해가 졌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약 20분 후에는 매직 타임이라 하여 하늘색과 구름 색이 환상적으로 변합니다. 사진작가는 이 시간을 기다립니다. 구름이 짙게 낀 날은 매직타임이 없습니다.


낮이 긴 한여름에는 7시를 훨씬 넘겨서 해가 집니다. 그러면 8시 넘어까지 땅거미가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6시가 기준점입니다. 동지 때는 5시입니다. 






그 사람의 건강에 따라 각자 다르겠지만 요즈음은 수명이 길어져서 70 ~ 80세 정도를 인생의 황혼기로 보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60이면 저녁 6시쯤 된다고 보면 될까요?


내 인생도 저렇게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남은 인생 화려하게 마무리 짓고 싶다는 마음이 지나친 욕심일까요?

그렇다고 높게 되겠다던가,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겠다던가, 대단한 명예를 얻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늙으면 죽는다는 명확한 진리가 있습니다. 

본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따라 따르겠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나서 여기까지 온갖 장애물을 통과하여 잘 해 왔지만..... 

이제는 어떻게 멋지게 마무리를 잘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백세 인생 시대인데 벌써 그런 생각을 하느냐 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많이 남았지요. 

사실 젊었을 때는 내가 늙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남의 얘기로만 생각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고개를 들어 보니 인생의 트랙을 한 바퀴를 돈 것이었습니다. 뛰느라 어디에 와 있는 줄도 몰랐죠. 자식들 크는 것 뒷바라지하고 바라보면서 걱정하고, 대견해하고, 결혼시키고 정신없었는데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넘어지지 말아야지요

결승선을 남겨 놓고 넘어지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식이 오래되니 여기저기서 삐꺽 대고 마찰이 생겨 열이 납니다. 

뒤늦게 보수공사를 한다고 난리지만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둘째, 그래도 가능하다면 7시까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배운 게 일 뿐이라 잘 할 줄 아는 게 일하는 것 하고 사진 찍는 것 밖에 없습니다. 

내 분야에서는 나름 고수의 경지에 올랐는데 그냥 이렇게 끝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람 있게 일도 하고 조금이라도 벌 수 있다면 좀 더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버킷리스트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셋째, 하고 싶은 것, 즉 버킷리스트를 지워나가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는 것이지요

글도 써서 내 이름으로 책도 내 보고 싶고, 사진도 개인전을 열고 싶습니다. 

아~ 그리해서 이름 한번 크게 날려보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것으로 남들이 함께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거나 볼 수 있는 수준이면 됩니다. 

그런 것들을 내 이름으로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이 나의 꿈입니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나는 살면서 집 짓는 일을 세 번 해 보았습니다. 


처음은 아버님께서 초가삼간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때 거들었었던 일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니 큰 도움이 되었겠냐고 하시겠지만 한옥을 짓는 일은 잡다한 일이 많아 나름 열심히 거들었었습니다. 좁은 초가삼간에서 크고 멋진 새집으로 바꾼다는 것은 엄청 기대되고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일들이 잊히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내 이름으로 집을 지은 것이지요. 

물론 건축업자에게 맡겨서 지은 것이지만 나에게는 전 재산을 걸고 한 대역사였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집은 두 번째 지은 집을 팔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지은 것입니다. 

먼저번의 경험을 토대로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좀 더 잘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아들이 처음부터 많은 일을 했으니 아들의 공이 컸다 할 것입니다. 이왕 건축을 전공하니 직접 집 짓는 일을 경험해 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일생을 살면서 자기 이름으로 집 한 채 지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내 집을 지은 것처럼 내 이름으로 책도 내고 사진전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 디스크 스토리지에는 수만 점의 사진이 쌓여 있습니다. 대단한 명작은 못되지만 괜찮은 작품들도 꽤 있습니다. 이렇게 찍어만 놓고 정리도 못한 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잖아요. 아니면 작품집이라도, 그것도 안되면 제대로 된 사진 사이트 하나라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내 아들 딸들과 손주들이 두고두고 나를 추억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라도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여기에 적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몇 개의 버킷리스트가 더 있습니다. 

하루빨리 실행해서 그 리스트를 지우고 또 새로운 리스트를 추가해 가고 싶습니다. 

그게 멋지게 사는 것 아닐까요?


넷째, 가족들과 친구들, 동료들과 좀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아주 쉬울 것 같은 이 일이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성격 탓도 크겠지요. 그래야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내가 좀 더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 붉게 타는 석양을 보며 생각합니다. 


마지막 남은 인생을 저렇게 멋지게 태워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꽤 오래전에 거제 계룡산에서 거제만을 바라보고 찍은 작품입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에 중형 필름 카메라로 리버설 필름(슬라이드 필름)을 써서 찍은 작품입니다. 

나무는 이미 죽은 지 몇 년이 지났습니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마지막을 버티고 서 있습니다. 생명은 멈췄지만 아직도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사이로 화려하게 해가 집니다. 


인간이 죽으면 그다음부터 아무것도 아닐까요?


내 이름으로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남긴다면 얼마 동안 다른 사람 마음속에 살아 있지 않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는 그것을 보면서 나를 추억하지 않을까요.

위인은 몇백 년이 지나도 역사가 기억합니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는 것입니다.


같은 장소의 또 다른 나무들입니다. 이제는 저 나무들은 썩어 문 들어져 흔적도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 작품 속에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앞의 사진과 같은 장면인데 해가 넘어가고 난 직후의 작품입니다. 한 시간 이후에는 사라지겠지만 죽어서도 저렇게 아우라가 남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사진도 필름 카메라로 꽤 오래전에 찍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거제만에서 크리스마스 직전에 찍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배 한 척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조용히 쉬고 있습니다. 바람도 쉬고 있는 듯 물결도 조용합니다. 멀리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이 보입니다. 산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그루 보이시나요? 

저 나무도 지는 해를 보고 있을까요? 

아님 나를 보고 있을까요? 

이렇게 빛이 아름다운 약 오분 간의 시간을 우리는 매직타임이라 부릅니다.


삼천포의 경치 중 유명한 곳 중의 하나가 실안해변 석양입니다. 해가 진 직후의 장면을 광각렌즈를 사용하여 파노라마로 찍은 것입니다. 화면에 큰 사진을 올려놓으니 디테일을 보여 줄 수 없어 아쉽습니다. 이런 사진은 대문짝 만하게 인화를 하거나 60인치 TV 화면으로 보면 감동적인 사진입니다. 가운데에 있는 등대가 보이시나요? 그 옆에 죽방렴 멸치 가두리도 보입니다. 그것보다 멋진 것은 하늘에 노란색으로 아무렇게나 붓질하듯 구름을 뿌렸네요. 이는 분명 하느님께서 손수 그리신 그림 한 폭이라 생각합니다.


삼천포대교 교각 사이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사장교의 교각과 강선이 부각되어 보입니다.

누구나 아름답다고 느낄 것입니다. 물론 교각 사이로 해를 넣기 위해 나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 위에 구름이 보이시나요? 구름의 얼굴은? 구름이 무서운 얼굴로 달려들 듯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신께서 우리를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해가 지고 매직타임을 맞았습니다. 교각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불빛의 색은 빨강, 파랑, 자주, 연두, 흰색으로 계속 바뀝니다. 파란색이 붉은 석양과 대비되어 제일 아름답습니다. 사진작가가 아니면 이런 장면을 그냥 지나칩니다. 사진작가는 세상을 세밀하게 보며 삽니다. 그리고 그중에 특별한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을 저는 서툰 글을 더해 남기려 합니다.


나는 덜 화려해도 이런 분위기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섬에는 불이 들어오고 멀리 산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그 위로 구름도 한층을 만들었네요. 실안 해변에 불이 들어오고 자동차의 불빛 궤적도 보입니다. 아직 땅거미가 지기전이라 경치의 윤곽들이 드러나 있는 이 시간이 좋은 시간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등대와 죽방렴이 보입니다.

.

땅끝에 짙은 구름이 있어 기대만큼 멋진 매직타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좋은 날에는 붉은색이 더 넓게 올라옵니다. 그래도 해변가에 불빛이 들어와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삼천포 대교 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차가 지나갈 때 진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교각 받침다리가 있는 위치가 좋습니다.


일본 사세보에 있을 때 사이카이 국립공원을 텐카이호우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위 사진과 대비되지요.

이것이 진정한 매직타임입니다. 


역시 사이카이 국립공원 중 이시다케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석양이 비친 노란 바다를 요트 한대가 미끄러져 갑니다. 

저 배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한가롭고 평화로운 기분이 느껴지시나요?  

사진은 이렇게 느낌을 공유하는 표현의 예술입니다.


별도로 일본에서 찍은 사진을 소개할 기회도 한번 갖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도 좋을 만큼 멋진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끝까지 보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노란보석>

여기 있는 사진은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전재나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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