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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Sep 30. 2016

꽃무릇

불갑사 상사화

9월은 꽃무릇의 계절이다.


꽃무릇은 통상 9월 10일부터 9월 말까지 절정을 이루는데 이 시기가 되면 전라남도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 경상남도 함양 상림 숲에 꽃무릇이 만발한다. 꽃이 아름답고 군락으로 피어 우리 사진작가에게는 더없이 좋은 작품 소재이다.


9월 20일을 전후로 함평에서는 꽃무릇 축제가, 바로 옆인 영광에서는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함평과 영광은 도로변에도 꽃무릇을 심어 놓아 빨간색 꽃이 녹색 풀과 대비되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진 촬영을 위해 전국을 다니다 보면 관광지를 가꾸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전라남도의 노력은 다른 시, 도에 비해서도 남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이번 상사화 군락지를 촬영하면서도 영광군과 함평군의 그러한 노력에 대하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10여 년 전에 비하면 도로며 꽃을 가꾸어 놓은 모습, 주차장, 편의 시설 들이 엄청나게 발전하였다.


꽃무릇은 석산, 붉은 상사화, 피안화, 노아산, 산 오독, 산두초, 야산, 석산화(石蒜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꽃무릇이 만발한 모습입니다. 두개가 쌍으로 피었습니다. 친구가 있어 위안이 될까요?




상사화


                                                                노란보석

마음은 하난데 만날 수 없으니 그리움이 한이 되었나

언젠가 만난다는 기약도 없으니 천추의 한이 되었나

그리워 애타게 그리다 화살처럼 가늘게 말라 버렸네

소리 없이 삼키던 울음이 목이 메어 끝내 피를 토했네

역류한 피가 솟구쳐 머리카락도 빨갛게 물이 들었네

끝내 못 이룬 사랑의 넋이 불갑사에서 꽃으로 피었네

애타는 상사화가 불갑사 계곡을 붉은 피로 물들였네


<불갑사>꽃 무릇이 숲속에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사광을 받아 녹색 나무잎과 빨강 꽃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습니다.





꽃무릇은 위키 백과에 보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석산(石蒜, 학명:Lycoris radiata)은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무릇이라고도 부른다. 산기슭이나 습한 땅에서 무리 지어 자라며, 절 근처에서 흔히 심는다.

꽃줄기의 높이는 약 30~50cm이다. 잎은 길이 30~40cm, 너비 1.5cm 정도로 길쭉하며 10월에 돋았다가 한 다발씩 뭉쳐져 겨울을 지내고, 다음 해 5월이 되면 차차 시들어 사라진다. 8월 초에 잎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후 희읍스름한 꽃대가 쑥 솟아나서 길이 1m가량 자란다. 9월에 꽃대 머리에 산형 꽃차례로 4~5개의 붉은 꽃이 커다랗게 핀다. 여섯 개의 화피는 거꾸로 된 얇은 바소꼴이고 뒤로 말린다. 길이 7~8 센티미터의 수술이 여섯이고 암술이 하나인데 길게 꽃 밖으로 나오며, 꽃과 같은 색으로 또한 아름답다. 원산지인 중국의  양쯔 강 유역에서 자라는 것은 이배체로 결실이 잘 되나, 대한민국이나 일본의 것은 삼배체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 꽃이 쓰러진 뒤에 잎이 나온다. 비늘줄기(인경)로 번식한다.

비늘줄기의 한약명이 석산(石蒜)이다. 해독 작용이 있다고 한다. 둥근 뿌리에는 유독한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으며, 그 때문에 지방에 따라서는 사인화(死人花), 장례화(葬禮花) 또는 유령화(幽靈花)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피안화(彼岸花)라 하며,  텐 메이 대기근 당시 워낙 먹을 것이 없자 유독식물인 석산을 데쳐다 먹었는데 그마저도 모두 바닥났다 하여 죽음의 상징으로서 불길히 여겼다.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참사랑"이다.


꽃무릇은 잎과 꽃이 같은 시기에 피지 않아 마주 볼 수 없어서 늘 서로 그리워한다 하여 "상사화"라고도 부른다.


꽃무릇은 구월에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시월에 잎이 나서 이듬해 봄 늦게까지 간다.

그래서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다 하여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또한 잎이 가을에 나서 추운 한겨울을 견뎌 내고 봄이 다할 때까지 꽃을 피우기 위해 헌신적으로 준비하고 죽는다 하여 "참사랑"이라고도 한다.



상사화에 얽힌 전설을 보면,


제 1화

옛날 어느 산속 절에 열심히 도를 닦던 젊은 스님이 있었는데

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 왔던 어여쁜 처녀가 불공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차에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가지 못하고 잠시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젊은 스님이 처녀를 보고 한눈에 반하여 연모하는 마음이 불같이 타 올랐으나

스님은 그날부터 그녀를 연모하면서도 도를 닦는 입장이라 차마 말도 하지 못하고

상사병에 걸려 밤잠을 설치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빼빼하게 말라서 그만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노스님이 이를 불쌍히 여겨 절 옆에 고이 묻어주었는데

그 무덤에서 풀이 자라더니 초가을 추석 무렵에 가늘고 긴 줄기 위에 붉은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젊은 스님의 넋이 꽃이 되었다고 하며 상사화라 불렀다 한다.



제2화

옛날에 사이좋은 연년생의 오누이가 살았다. 누나가 달을 쳐다보며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동생은 누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일으킬 수 없어 누나를 꼭 끌어안았다. 둘은 그때부터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해서 날마다 바닷가의 바위에 앉아 서로를 끌어안고 사랑을 속삭였다. 그것을 본 오누이의 엄마는 둘을 떼어놓았다. 그러자 신은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하는 남매를 꽃으로 환생시켰는데, 누나는 꽃이 되고 동생은 잎이 되었다. 그 꽃이 상사화이다.



제3화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어 심하게 그리워하면 상사병에 걸린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에는, 단지 서로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정도의 의미이지만 식물은 다르다. 식물의 잎은 살아가는 동안 자신보다는 나중에 자랄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이 잎의 숭고한 노력과 희생 덕분에 꽃이 화려하게 피어 나 자태를 뽐내게 된다.

식물인 꽃무릇 입장에서 보면, 생존전략의 한 방편일 수도 있지만 우리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한사랑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사람 간에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서로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꽃무릇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참사랑"을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꽃무릇의 꽃말이 ‘참사랑’이다.



<불갑사>경사면에 꽃무릇이 군락으로 피었습니다. 나눔잎과 대비되어 더 멋진 사진이 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꽃무릇을 "상사화"라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문제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는 식물 학자도 아니고 이에 대한 지식도 미천하여 여기에 끼어들어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아래 링크와 분류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http://tip.daum.net/question/53425085

                 

 꽃무릇(석산)                상사화

 아스파라거스 목                   아스파라거스 목

 수선화                              수선화 

 상사화 속                               상사화 속

 꽃무릇 종(석산)                     상사화 종(진노랑상사화)

                                                        

<꽃무릇>                                                   


<상사화> 이미지 네이버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댄다.

꽃무릇과 상사화가 식물 분류에서 같은 속에 속하고 통상 상사화라 부르는 것은 "개 상사화"라 부른다고 한다.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댄다.

꽃무릇과 상사화가 종이 다르므로 틀리다고 한다.



나의 의견은, 둘은 분명히 꽃 피는 시기도 모양도 다르므로 같다 할 수는 없으나 꽃무릇도 잎과 꽃이 함께 피지 못하니 "상사화"라 부르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구분한다면 "붉은 상사화", "노랑 상사화", "분홍 상사화"로 구분하여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꽃무릇 사진 촬영


이 글의 목적은 꽃무릇에 대한 아름다운 사진과 촬영 방법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것에 집중하여 쓰려고 한다.

앞에서 소개한 네 곳의 꽃무릇 군락지에 대하여 어디가 더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네 곳 모두 나름의 특징과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곳을 꼽으라면 불갑사이다. 나는 꽃무릇 사진은 주로 아침 일찍 찍는 것을 좋아한다. 이유는 꽃술에 아침이슬이 맺혀 있어 더 아름답고 특히 상사화가 갖고 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미지가 아침이슬과 더불어 더 잘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해뜨기 전의 꽃은 명암의 차이가 크지 않아 부드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아침 햇살을 받아 역광으로 "빛 내림 현상"을 표현할 수도 있고 사광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갑사> 불갑사 가기 전 넓게 조성된 꽃무릇 화단이다. 아침 이슬이 내리고 아침 햇빛이 들어와 하얗게 반짝인다. 나무도 빛을 받아 노랗게 빛나고 있다.



여기에서 꽃무릇 사진 촬영 팁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상사화 군락지를 찍을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촬영 시 카메라의 높이이다. 

꽃무릇의 높이가 약 40 ~ 50센티 내외인데 서서 찍으면 꽃 사이로 땅이 보여서 엉성한 사진이 되기 쉽다. 또 너무 내려 찍으면 꽃이 겹치고 사진에서 상사화가 차지하는 면적이 적은 구도가 되어 좋지 않다. 삼각대 높이를 올리고 내려가며 꽃들이 서로 겹치지 않는 높이에서 찍는 것이 좋은 데 60~70 센티 높이가 적당 한 것 같다. 


또 하나는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인데 통상 무한대에 놓고 찍는 경향이 있으나 앞에 있는 꽃 술에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는  f13 이상으로 조일 일이다. 나는 삼각대를 써서 f22에 주로 놓고 찍는다. 그래야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불갑사> 빛의 밝기에 따라 꽃의 색깔이 달라진다. 꽃이 붉다 하지만 여기 사진에는 붉은색이 가지가지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녹색 나무 잎도 노랑부터 연두색, 녹색, 군청색까지 다양하게 섞여서 색의 하모니를 이룬다.


<불갑사> 아침 햇살이 들어오기 전의 꽃 색깔은 단순하다. 아직 색온도도 낮아서 푸른색 끼가 보인다. 저 멀리 진시님들이 진 치고 있는 것이 보이는가! 빛 내림 현상을 찍기 위해 진을 치고 한두 시간씩 기다린다.



접사를 할 때의 촬영 팁은 조리개를 f5.6~f8.0  정도에 맞추어 촬영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조리개를 개방으로 하여 f2.8로 촬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피사계 심도가 낮아서 꽃무릇 꽃송이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접사는 비교적 조리개를 열고 촬영하므로 삼각대 없이도 촬영하는 게 유연성이 있어서 좋은데 흔들림에 신경 써서 촬영해야 한다. 권장 속도는 1/250 초 이하의 빠른 속도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ASA감도를 320이나 400으로 올릴 필요도 있다. 이때도 꽃술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점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역시 이때도 햇볕의 위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주제가 되는 꽃에 빛이 들어왔을 때 맞추어 찍으면 다른 꽃들은 어둡게 찍히므로 그 꽃만을 부각하여 표현이 가능하다.


*만개한 꽃무릇을 쌍으로 촬영하였다. 조리개를 f10.0으로 하여 찍었다. 앞에 있는 수술부터 뒤에 있는 꽃잎까지가 모두 선명하게 표현되었다. 꽃에 빛이 들어오고 배경이 그늘진 곳을 택하여 촬영하였다. 따라서 배경이 검게 되어 꽃이 더욱 부각된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꽃 네 송이가 모여서 피었다. 삼단으로 높이가 다르니 세로로 촬영하였다. 이번 것은 조리개를 f5.6으로 열고 촬영하였다. 앞에 있는 꽃은 초점이 맞아 선명하나 뒤의 것은 뭉개져 보인다. 삼단으로 배치된 꽃의 피사계 심도를 달리하여 느낌이 있는 사진을 만들어 보았다.



*꽃송이에 빛이 들어올 때 찍은 사진이다. 복잡함 속에서도 다른 꽃들은 어둡기 때문에 빛이 들어온 꽃만 부각되어 단순하고 느낌 있는 사진이 되었다.






우선 영광 불갑사 꽃무릇을 소개하면


불갑사에 가기 전에 아침 일찍 함평 밀재에 올라 안개 낀 평야를 찍고 해가 뜬 후 5분 정도까지 촬영한 후 불갑사나 용천사로 이동해도 늦지 않다.


불갑사 꽃무릇은 입구 쪽에 잘 가꾸어진 꽃밭이 있다. 촬영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이다. 동쪽을 바라보며 동백나무 가지 사이로 "빛 내림 현상"을 찍기에 알맞은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 많은 진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장소가 명당이다. 중요한 것은 광각 렌즈를 사용해야 "빛 내림 현상"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산우리 해가 올라오지 않아 빛이 없어서 색온도가 낮은 사진이 되었다. 꽃무릇의 심플한 사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산허리에 아직 안개가 남아있다. 이슬이 내려 밝은 쪽은 하얗게 빛나고 있다.



* 드디어 빛 내림 현상이 나타났다. 꽃무릇에 아침이슬이 맺혀서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난다.  빛이 들어온 곳과 그늘진 곳의 꽃 색깔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이때는 조리개를 f22 정도로 최소로 조여야 빛 내림 현상이 멋지게 표현된다.


*아침 이슬이 알알이 맺혀서 환상적으로 빛나고 있다.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해가 올라오면 접사 렌즈나 망원 렌즈를 이용해서 역광 혹은 사광의 이슬 맺은 꽃 무릇 사진을 찍는 것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이다. 꽃술에 아침이슬이 잘게 맺혀 있는 것이 보인다. 녹색 줄기와 풀잎이 붉은 꽃과 대비되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조리개를 열어서 초점이 앞에 있는 꽃들에 맞아서 그 꽃들만 더욱 부각되었다.



* 접사 사진이다. 강아지 풀에 이슬이 맺힌 것이 예쁘지 않은가! 꽃술에도 하얗게 맺혀 있다.



*꽃 위에서 베짱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곤충은 안전을 위해 자기와 색이 비슷한 곳에서 쉬는 것이 상례이나 이놈도 예쁜 것은 아는지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눈여겨보아야만 보이는 작은놈이다.



꽃밭에서의 촬영이 끝나면 서둘러 불갑사로 올라가며 사진을 찍는다. 절과 꽃의 조화로움을 잘 표현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항상 신경 써야 할 것은 빛을 잘 읽고 표현하는 일이다. 


*절에 올라가기 직전에 왼편에 있는 건물 밑에도 꽃무릇이 피었다. 꽃무릇은 상사화라 하여 일반 가정집에서는 울안에 심지 않았다. 절에서는 남녀 간의 이별이 상관없고 뿌리에 독이 있어 탱화 안료에 섞어 쓰면 벌레가 먹지 않는다 하여 많이 심었다 한다.



*기와집과 담벼락 그리고 나무와 꽃무릇을 아름다운 구도로 배치하였다. 잠시 화면에서 떨어져서 구도를 한번 보기 바란다. 피사체 각각을 따라 마음속으로 선을 긋고 안정감 있는 균형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또 하나는 색의 대비이다. 음미해 보기 바란다. 



*불갑사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 묻는다면 나는 이 한 장의 사진을 내놓을 것이다. 수령이 사백 년 이상 되어 보이는 느티나무 밑에서 상사화 몇 송이가 피었다. 내가 이 사진에서 "상사화"라 표현한 의미를 알겠는가?

아마 전설 속의 상사화가 이곳에서 계속 피고 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아침 햇살이 상사화 꽃에만 비추었다.

사진 좀 찍는다는 작가라면 이런 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우뚝 버티고 선 느티나무가 보호해 주는 꽃 몇 송이..... 빛을 받아 연녹색으로 빛나는 나뭇잎, 뒤에 배경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누각과 절의 모습이 그림 같지 않은가! 꽃에 맞추어 노출을 억제하여 찍은 사진이다. 이 또한 구도를 눈여겨본다면 아름다움은 구도가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빛을 찍는 빛의 예술이다.



절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주변에 핀 꽃무릇이 물에 비친 반영을 찍는 것이 주 포인트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맞을 수 있다면 운이 좋은 날이다. 반영은 해뜨기 전후가 바람이 자는 시간인 데다가 광선이 좋고 물안개가 있어서 좋다.

저수지 촬영을 끝내고 산자락에 핀 군락지에서 광각으로 군락을 찍거나 접사 렌즈나 망원 렌즈로 꽃대 1~3개 정도를 디테일하게 찍는 것이 한 방법이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꽃무릇이 한 무더기 피었다. 저수지와 투명하게 비친 녹색 나뭇잎을 배경으로 촬영하였다. 왼편에 나무 한그루를 넣어 안정감을 더했다. 평화롭지 않은가.




*꽃무릇 풍경 사진이라 하여 꼭 군락을 찍어야 하는가? 어차피 상사화인데, 이렇게 여뀌 풀 속을 헤치고 고고하게 붉은색 꽃 한 송이 피어낸 자태가 예쁘지 않나? 그 옆에 거칠게 갈대도 한 포기 끈질기게 버티고 섰다. 어려움을 딛고 선 둘이 친구 하면 안 될까! 아침 햇살에 빛나는 버드나무를 왼편에 높게 배치하여 밋밋할 뻔한 사진을 균형감 있는 구도로 바꾸었다. 멀리 산 밑에 있는 작지만 붉은색 꽃무릇이 보이는가? 그것까지 보고 느꼈다면 당신은 사진을 보는 눈이 있다.



*이런 구도 위 사진도 괜찮은 것 같다. 사진은 대비가 중요하다. 이 사진처럼 녹색과 붉은색의 대비, 대각선으로 나누는 구도의 대비, 직선과 곡선의 대비, 밝고 어두움의 명암 대비 등..... 특히 이 사진에서는 꽃 두 송이와 한송이의 대비로 떨어져 있는 한송이 꽃의 외로움을 표현하였다.



저수지 위에 있는 실개천에 녹색으로 이끼가 자라고 위태하게 꽃무릇 세 송이가 피었다. 비라도 많이 오면 어쩔 것인가! 꽃무릇은 구근 식물인데 훼손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또 필 것이다. 불갑사는 이런 묘미가 있어서 좋은 곳이다.



*고목 그루터기 속과 옆에 빨간 꽃무릇이 피었다. 고목에는 이끼도 자란다. 자연은 이런 것이다. 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죽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면 이런 아름다운 꽃 몇 송이 같은 멋진 이야기 꽃을 피어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배경은 어둡게 찍었다.



*불갑사 저수지 옆 산자락에는 이렇게 꽃무릇이 군락으로 피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마침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와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불갑사에서의 마지막 촬영은 산길을 따라 한없이 펼쳐지는 군락지를 따라가며 녹색 숲 사이에 핀 아름다운 꽃무릇을 담는 것이다.





*시간이 오전 9시를 넘어가면 관광객 인파가 몰려오고 해가 높아져서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없다. 슬슬 철수 준비를 시작해할 때이다.



*그렇다고 이 멋진 풍경을 두고 그냥 간다면 너는 사진작가가 아니다.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그냥 보아서 좋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그런데 "사진은 그냥 막 찍어서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다음은 함평 용천사이다.


불갑사와는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두 절 사이는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경인데 마침 축제 중이라 차를 타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입구 약 2km 앞에서 경찰의 안내로 임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축제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오른쪽 산자락에 군락지가 이어져 있는데 오후에 사광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 광각 렌즈로 주로 촬영했다.

안으로 들어 갈수록 군락지의 크기나 꽃의 밀집도가 높아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여기도 아침 녘의 사광을 이용한 사진을 찍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음에는 아침 사진을 찍으러 꼭 한 번 더 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의 빛은 오전만 못하다. 그래도 이렇게 나무와 어울려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 내었다. 용천사는 가을 단풍 때(11월 초)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빛을 이용해 숲 속의 나뭇잎을 대비시켜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용천사에도 이런 군락지가 산자락을 타고 제법 길게 펼쳐져 있다.


*꽃무릇 동창생이 사이좋게 기념사진 한 장!! 서로 제 잘났다고 뽐내네요.



늦게 해가 진 후에야 촬영을 끝내고 나오는데 버스가 벌써 끝나 버렸단다. 지친 몸에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걸어가기가 난감하던 차에 영업을 끝내고 돌아가려던 버스의 기사 아저씨가 흔쾌히 공짜로 태워 주어 임시 주차장까지 올 수 있었다.

*해가 더 내려가니 이렇게 부드러운 빛이 나옵니다. 멋있다!


*용천사 경내에 이렇게 돌에 새긴 부처님 셋이 있다. 꽃밭이 극락세계인 듯싶다. 극락은 기와로 쌓아 놓은 담너머에 있었다.


나는 사진 촬영을 혼자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어디에서 어떤 여정이 될지 몰라 숙박 예약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날도 예약도 하지 않고 가방 메고 무작정 떠났는데 마침 꽃무릇 축제날이라 근처 영광과 함평 모텔은 모두 동이 나 버렸고 민박도 빈 곳이 없다. 시골이라 가로등도 없고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데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한 일이다. 인터넷을 뒤져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았지만 모두 만원이란다. 십 여번 만에 민박 한 집에서 방이 있단다.

함평 읍내에서도 2km 이상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의 아담한 집이다. 방은 있는데 식사가 안된단다. 이를 어쩐다.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게 함평읍내 고깃집을 알려 주신다. 지금 시간에는 거기밖에 문을 안 열거라고 하시면서..... 급히 달려가니 과연 그 집만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데 손님이 많다. 역시 친절과 음식 맛은 남도가 제일이다. 갈비탕 한 그릇을 시켜서 잘 먹고 민박 집에 돌아오니 고구마와 옥수수, 식수를 준비해 놓으셨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밀재로 향했다. 밀재는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밀재는 도로변에서 촬영하는 낮은 포인트와 산 위에까지 올라 촬영하는 높은 포인트가 있는데 나는 처음이라 낮은 포인트에서 촬영했다. 새벽같이 출발했지만 이미 많은 진사님들이 명당은 다 차지하고 좋은 자리는 남아 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누각에 올라 찍는데 일출 사각이 별로다. 어차피 불갑사 사진이 주 목적지이니 상황 파악에 만족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아직 어두워서 윤곽과 안갯속 불빛만 보일 뿐이다.



일출을 기다리는데 오른쪽에 이런 풍경이 연출되었다. 하늘에는 비행운 궤적이 빛나고, 산 경사면 뒤편에 삿갓처럼 산이 하나 솟아 있다. 나는 오늘 이 산에 마음이 꼿혔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바뀌었다. 오늘은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아침 해가 멀리 얼굴을 내민다. 하늘은 더욱 빛나고..... 초 광각 렌즈로 찍었다.



*일출 파노라마 사진이다. 이제 카메라를 내리고 불갑사로 빨리 가야 한다. 오늘 하루도 좋은 사진 많이 찌게 해 주시고 안전한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밀재에서 불갑사까지는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이다. 아침 일찍 가면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는데 벌써 진사님들과 관광객이 넘쳐난다.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불갑사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풍경 사진 촬영은 통상 오전 10시 이전에 끝난다. 이후부터는 해가 높아 빛이 위에서 비추어 광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아침밥은 새벽부터 설쳐서 라면 하나 먹으면 잘 먹는 것이고 통상 빵과 우유 하나로 대충 때우기 때문에 이 시간이 되면 허기가 진다. 그래서 더 찍고 싶어도 못 찍는다. 동호회에서 단체로 촬영을 나가면 항상 그 지방의 맛집을 찾아다니는데 영광에는 굴비 정식집이 유명하다.

보리굴비를 차가운 녹차물에 흰쌀밥을 말아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각종 젓갈과 반찬이 십 여종 나오는데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영광에 가면 꼭 들리라고 권하고 싶다.


긴글을 읽느라고 지루하셨나요?

사실 글은 길지 않고 사진이 많아서 길어 보일 뿐이지요. 이런 사진 관련 글을 올리고 싶은 소재가 많은데 이렇게 길어지니 좀 부담이 가서 망서려진다.

꽃무릇 찍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내 사진을 통해 무언가 감동을 느꼈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노란보석


*여기에 있는 사진은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전재나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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