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책을 읽고.....
황당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동기이다. 기욤 뮈소, 이름은 들어 봤으나 책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나는 아쉬운 사랑, 잊지 못할 사랑은 없는가?
누구나 살면서 인생 어느 시점엔가 무언가 조금 어긋나서, 아니 작은 잘못 때문에 이루지 못한 사랑 한 두 사연쯤은 가슴에 품고 살 것이다. 놓친 고기가 큰 법이라고 일생을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못 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안고 한 평생 독신으로 지내는 사람도 보았다.
주인공인 엘리엇 쿠퍼는 샌프란시스코 레녹스 메디컬센터의 유능한 소아외과 과장이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세계 최대 수족관인 플로리다 오션월드 수의사인 일리나 크뤼즈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엘리엇은 훈남이고 일리나는 브라질계로 눈이 에메랄드 빛인 팔등신 미녀이다.
엘리엇은 샌프란시스코, 일리나는 마이애미에 살고 있어 4시간 시차의 먼 거리를 오가며 사랑을 한다.
엘리엇은 어렸을 적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게 맞고 살았으며 어머니도 그로 인해 자살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었다.
일리나는 엘리엇과의 사이에 아기를 갖기를 원했으나 그는 어릴 적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경험으로 인해 자식을 사랑해 줄 수 없을까 봐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때문에 둘은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갈등이 있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시간 여행을 매개로 전개된다.
1976년 30세의 젊은 엘리엇과 30년이 지난 2006년 60세의 엘리엇이 시간여행자로 시공을 뛰어넘어 운명을 바꾸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캄보디아 오지로 의료 봉사를 떠났던 60세의 엘리엇이 죽은 일리나를 만나기 위해 부족장으로부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황금 알약 10알을 얻어 온다. 그것을 한 알 먹을 때마다 꿈을 통해 과거인 1976년으로 돌아가 60세의 시간여행자가 되어 30세의 엘리엇을 만나는 것이다.
60세의 엘리엇은 40년간 흡연한 관계로 폐암 말기이다.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은 30년 전 사랑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죽은 일리나를 시간 여행을 통해 만나보는 것이다.
30세의 엘리엇은 시간여행자를 믿지 못했으나 시간여행자가 남기고 간 지포 라이터 지문채취를 통해 그가 미래의 자기라는 확신을 갖게 되나 미래에 연락할 방법이 없다. 그때 어깨 위에 문신을 새겨 "다음 방문을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그를 부른 것이다. 시간 여행자는 다시 엘리엇을 찾게 되고 일리나가 곧 죽을 것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시간여행자에게는 1985년 이탈리아 학회에 참석해서 밀라노 외과 여의사와의 하룻밤 사랑으로 얻은 앤지라는 스무 살 된 딸이 있다. 이제 누구보다 앤지를 사랑하는 60세의 엘리엇은 일리나를 살려내면 앤지를 잃게 되므로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나 젊은 엘리엇은 일리나를 살려내야만 한다.
엘리엇은 절친 매트를 통해 60세의 엘리엇에게 전보를 보냄으로써 시간여행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한 사람은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사랑하는 딸을 잃지 않기 위해 심각하게 대립한다.
이런 경우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결국 둘은 죽은 일리나를 살려 내기로 동의하게 된다. 단, 세 가지 약속을 하게 되는데.....
첫째는 누구에게나 비밀을 지킬 것.
둘째, 일리나를 살리게 되면 즉시 헤어질 것.
셋째, 9년 후인 1985년 4월 6일 밀라노 외과학회에 참석해서 접근해 오는 여자와 하룻밤을 지낼 것이다.
그러나 죽은 일리나를 살려내면서 의도치 않은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이후로는 꼭 독자가 읽어야만 할 부분이다.
일리나가 범고래에게 당할 때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결정하는 것을 따라야 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 아니던가? 산다는 게 다 그런지도 모르지"라고 했다. 운명론자의 시각이다. 이 소설은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자의 시각에서 쓴 글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신께서는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셔서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만드셨고 자기 인생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여 살도록 하셨다. 물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인간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또 그렇다면 신은 무엇 때문에 나쁜 사람, 나쁜 행동이 나오도록 운명을 정할까!?
십계명에서 "~~ 을 하지 마라" 했다. 그것만으로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것은 운명이 아니라 각자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유능한 신이라도 몇십억 명의 일거수일투족을 컨트롤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무엇 때문에 그리 할 것인가!?
작가는 매트라는 프랑스인 친구를 통해 엘리엇과 대비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매트는 자유분방한 플레이보이이다. 그는 그때그때를 즐기며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티파니라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사랑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이다. 복선은 없다. 엘리엇과 성격적으로도 행동도 완전히 대비되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미래에 연연하지 말며, 현재에 충실하게 살 것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기회가 있을 거라 믿지만 노력해서 얻으려 하지 않는 한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다. 전에 나는 "복기"라는 글에서 인생의 복기는 의미 없음을 이야기했다. 미래를 꿈꾸며 현재에 충실할 뿐이다.
이 소설의 주 무대는 샌프란시스코이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딸이 살고 있어 몇 번 가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낯설지 않아서인지 더 친근감 있게 읽었다. 그리고 구글맵을 펴고 지역을 찾아가면서 읽으니 더 현장감이 있었다. 골든게이트 브릿지는 일리나가 몸을 던진 곳이다. 다리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을 때 느꼈던 공포감과 현기증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앨커트래즈의 감옥, 마리나 등 낯익은 곳들이 반갑다.
또한 70년대의 미국 대중문화와 2006년까지의 미국의 역사, 그리고 문명의 변화를 군데군데 삽입함으로써 사실감을 높이고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기욤 뮈소의 글은 간결한 문장과 스피디한 전개로 이야기 속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현란한 문장이나 난해한 표현도 없어 읽기 쉽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참고로 이 소설은 12월 개봉 예정으로 영화로 만들어진다. 김윤석과 변요한이 엘리엇(수현)의 2인 1역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김윤석이 나온다고 하니 크게 기대가 된다. 홍지영 감독과 일리나(연아)를 연기하는 신인 여배우 채서진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