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쉽지만 미련 없이 보내려고 합니다
정들었던 가을이를 떠나보내려 짐을 쌉니다
고운 마음의 바구니에 넣어 보내렵니다
노란 은행잎을 하나 담았습니다
물론 빨간 단풍잎도 담았지요
홍시도 터지지 않도록 정성껏 담았습니다
향기 나는 빨간 사과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속 터져 빨갛게 익은 석류도 넣었습니다
제사상 차리는 것도 아닌데 대추가 넣어달래네요
소국 한송이와 국화주도 함께 넣었습니다
하늘하늘 춤추던 코스모스도 넣어야지요
풍성한 인심과 헛헛한 내 기분도 넣었습니다
가을 전령사 귀뚜라미도 함께 보내야 가을이 가겠지요
위에는 파란 하늘로 덮으렵니다
쓸쓸하다며 가을바람도 함께 가겠다네요
함께 넣고 싶은 것은 많지만 바구니가 다 찼네요
마지막으로 미련이란 종이로 한번 더 덮고
추억이란 끈으로 묶었습니다
내 마음 한편 저 멀리 추억의 곳간으로 보냈습니다
가을이를 보내고 나니
가을이 가고 남은 자리에
겨울이 맞을 여유가 생기네요
그런데 왜 당신이 가고 남은 자리는
아직도 비우지 못하는 걸까요
목도리 두르고
털모자 쓰고
가죽 장갑 끼고
겨울이 마중을 나갑니다
북쪽에서 기러기떼 날아 옵니다
저기 눈바람 날리며 하얀 옷 입고 겨울이가 옵니다